‘DLF 중징계’ 사실왜곡?… 금감원 vs 우리은행, ‘치킨게임’ 돌입

입력 2020-02-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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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보복·뒷북 제재 의혹 제기…금감원 “손태승 회장, 명백한 책임자”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문책경고(중징계)를 내린 후,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금융은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강행하기 위해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을, 금감원은 우리은행 영업점 일부 직원들이 휴면계좌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바꾼 사건을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리는 것으로 맞섰다.

◇금감원 “내부통제 ‘미비’에 대한 제재” vs 우리은행 “현행법 CEO 제재 근거 부족” = 우리은행과 금감원이 가장 먼저 충돌한 지점은 손 회장 문책경고에 대한 근거에 있다. 이때 ‘우리은행이 DLF 상품의 불완전판매 문제와 관련된 내부통제기준을 실효성 있게 마련했는가’가 손 회장의 징계 수위를 두고 두 기관이 다투는 핵심 쟁점이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내부통제기준을 실효성 있게 마련하지 않았다고 봤다. 반면 우리은행은 해당 사안으로 지배구조법상 최고경영자(CEO)를 징계하기 위해선 현재 계류 중인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서 금감원은 개정안은 ‘미준수’에 대한 CEO 처벌이 아니라 ‘마련 의무 위반’에 대한 징계라고 반박했다. 금감원 측은 우리은행의 대응에 대해 “사실관계에 대한 완벽한 왜곡”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두 기관의 힘겨루기는 최근 ‘고객 비밀번호 무단 변경’ 사태 이후로 더 크게 불거졌다. 해당 문제는 공식적으로 금감원 내부에서 아직 검사 과정에 있는데, 손 회장의 연임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불쑥 나타나면서 금융당국이 손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곤 했다. 이러한 탓에 비밀번호 무단 변경 사건은 △위반 건수에 대한 수치 △사전 보고 여부 △뒷북 제재 논란 등으로 두 기관의 사실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비밀번호 무단 변경 사태’ 손 회장 연임 여부 시기에 등장하면서 기관 충돌 = 우선 비밀번호 무단 변경 문제는 2018년 5~6월에 우리은행 영업점 일부 직원이 고객의 휴면계좌가 활성화되면 새로운 고객 유치 실적으로 잡힌다는 점을 악용해 나타났다. 금감원은 그해 10~11월에 진행된 경영실태평가에서 해당 사안을 인지했다.

이때 우리은행은 자체 조사를 통해 의심 건으로 분류된 건수에서 정상 변경 건을 제외한 2만3000여 건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금감원 측은 이후로 추가 조사를 진행한 결과 4만 건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보고 여부에 대해서도 사실관계가 달랐다. 우리은행은 “해당 문제를 미리 파악하고 관련된 조치를 했고 금감원은 이후 진행한 경영실태평가에서 결과를 보고받았다”라고 말했다. 애초에 은행이 문제를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금감원의 입장과 배치된 해명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비밀번호를 무단 변경당한 고객에게 알리지 않았고, 징계를 받은 사람도 없다.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악용한 사례는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두 가지 측면의 사실이 틀어지면서 결국 ‘보복 제재’, ‘뒷북 제재’ 논란이 만들어졌다. 우리은행으로선 금감원이 애초에 제재할 것이라면 손 회장의 연임 여부를 다투고 있는 지금까지 미루지 않았을 것으로 보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검사 과정에서 부정사실을 확인했지만, 법규 위반 검토 등의 결론은 아직”이라며 “아직 검사 중이기 때문에 사실관계는 정확하게 확인해주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검사 결과와 별개로 9일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고객계좌 무단 변경 사건을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리기로 했다.

아울러 DLF 판매와 관련, 은행 임직원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나타났다. 금감원 제재심이 정채봉 우리은행 영업부문 겸 개인그룹 부문장을 ‘관리자’에서 ‘행위자’로 갑자기 바꾸었다는 것이다. ‘관리자의 관리자’를 처벌한 전례가 없고, 이에 손 회장에게 징계를 내리려고 직제상 아래에 있는 정채봉 부문장을 ‘행위자’로 의도적으로 변경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이 적법하게 판단한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 유감스럽다”라며 “정 부문장은 애초부터 ‘관리자’ 겸 ‘행위자’였고, 내부통제 규정상 손 회장은 명백한 상위자이기 때문에 논쟁이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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