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확산에 놀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또다시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제 위축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안 그래도 바닥인 기준금리를 더 내리면서 경기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태국 중앙은행은 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사상 최저 수준인 1%로 낮췄다. 태국은 작년 8월과 11월에 금리를 인하해 이번에는 동결이 전망됐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가 복병이 됐다. 국제 이동이 제한되면서 태국 경제를 떠받치는 관광 산업이 직격탄을 맞자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앞서 태국 정부는 1월 말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3%에서 2.8%로 낮추며 우려를 나타냈다.
브라질 중앙은행도 올해 첫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5%에서 4.25%로 0.25%포인트 낮췄다. 지난 1996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래 최저치다. 브라질 경제는 2015년과 2016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침체에 빠졌으나 이후 네 차례 연속 금리 인하에 힘입어 성장세를 회복했다. 그러나 남미 대륙의 유일한 희망으로 떠올랐던 브라질도 신종 코로나 사태를 비켜 가지 못했다. 경제 성장 전망치 하향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다섯 차례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섰다.
지난해 세계 기준금리 인하 도미노로 금융 당국이 경제 위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커졌다. 그 결과 올해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신종 코로나로 인한 세계 경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마지막 보루’이던 금리 인하 카드에 줄줄이 손을 대고 있는 것이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기준금리를 1.50~1.75%로 동결하면서 중앙은행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신종 코로나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신종 코로나가 중국과 전 세계 경제 활동에 일부 차질을 빚을 것이고,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에도 잠재적 파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비둘기파적 통화정책 신호를 보냈다.
세계적인 금리 인하 추세에 따라 한국은행도 2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은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에 나선 바 있다.
한편, 지난달 29일 국제통화기금(IMF)은 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를 세계 경제의 새 리스크로 꼽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신종 코로나 여파로 올해 1분기 세계 경제 성장률이 0.15~0.30%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