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은 2020년 성장률 목표 하향 조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신종 코로나 유행이 정부 계획에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검증하려는 일환이라고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미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지난해 4분기의 6.0%에서 더 크게 하락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중국 춘제(설날) 연휴는 지난 2일 공식적으로 끝이 났지만 지방정부 대다수가 신종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고자 연휴를 더 연장하면서 중국 경제의 약 3분의 2가 이번 주에도 잠겨 있는 상태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매년 3월 개최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한다. 일반적으로는 전년 12월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지도부가 승인한 목표를 전인대에서 발표하는 형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지도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를 ‘6% 안팎’으로 설정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목표는 ‘6.0~6.5%’였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결정했던 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매우 불확실해진 것이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이번 1분기 중국 GDP 증가율을 4.5%로 예상하고 있다. 1분기에 신종 코로나를 잡지 못하면 올해 성장률이 6% 밑으로 떨어져 ‘바오류(保六·성장률 6%대 유지)’가 붕괴하게 된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이날 이번 사태가 2002~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당시보다 중국과 세계 경제에 더 큰 고통을 안길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중국 경제는 17년 전보다 더욱 규모가 커졌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와 서비스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커져 이전보다 혼란에 더욱 취약해졌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막대한 관세가 남아 있는 등 부담을 덜어내지 못한 상황이다.
한편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비율 상한을 인상하고 특별 국채 발행을 늘리는 등 추가 경기부양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올해 전인대는 3월 5일 개막할 예정이나 신종 코로나 유행에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성장률 목표에 변경이 있을 경우 공산당 지도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지도부 입장에서 목표 변경은 매우 예민한 이슈다. 시진핑 지도부는 13차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인 올해 GDP를 2010년 대비 두 배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바오류가 무너지면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시진핑 정권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중국 에너지산업이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됐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2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인 중국의 석유 국내 소비는 이미 하루 약 300만 배럴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수요의 20%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정유업체들은 향후 생산을 줄이고 일부 석유제품 출하를 늦출 수밖에 없다.
LNG 수요도 감소하고 있어 구매자들이 높은 재고에 대처하고자 납품을 지연시키려 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등 LNG 수입업체들은 ‘불가항력( Force Majeure)’ 조항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 사태가 일어나 계약 의무를 이행할 수 없을 때 선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