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이 사상 최대인 24조 원을 넘어섰다. 매월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실적을 올린 면세업계지만, 올해는 지난해의 영광을 이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 보따리상과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면세업계는 설 연휴 전후로 급격히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시내 면세점 일부 점포가 임시 휴업과 영업시간 단축을 선언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시를 포함한 후베이(湖北) 성에서 온 모든 외국인(중국인 포함)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같은 상황으로 면세업계의 매출 급감이 예견됨에 따라 ‘사드 보복’ 이후 끊겼던 중국 단체관광이 연초부터 물꼬를 트는가 싶더니 갑자기 신종코로나에 발목이 잡혀 상황이 급반전된 모양새다.
4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24조8586억여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매출(19조 3102억 원)보다 28.7%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면세점 매출은 3월 2조1656억 원을 달성해 사상 처음으로 국내 면세점 월 매출 2조 원 시대에 진입한 후 8월, 9월, 11월 차례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며 한해 동안 네 번이나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12월 매출은 11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매출인 2조2848억 원을 기록했다.
면세점업계의 실적 고공행진은 중국 보따리상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매출이 늘어난 결과다. 지난해 외국인 매출은 전체 매출의 83%인 20조 8129억여 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방문객 수 역시 전년(1819만여 명)보다 9.9% 성장한 2001만 6150명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외국인 객단가도 104만 원으로, 2018년(84만 원)보다 23.8% 증가했다.
내국인 매출은 4조456억여 원으로 처음으로 4조 원대에 진입했지만, 방문객 수는 2842만7360명으로 집계돼 2018년보다 5% 줄었다.
기록할 만한 실적을 올렸지만 올해 면세업계는 지난해만큼의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가 늘면서 이들이 다녀간 곳으로 알려진 시내면세점이 임시 휴업에 들어갔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이 아닌 매장은 영업 단축을 실시한다.
신라면세점 서울점ㆍ제주점과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방문했다는 사실을 보건당국에서 통보받고 2일부터 영업을 일시 중단했다. 재개장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고, 업계 관계자는 “보건당국과 협의 과정을 거쳐 고객과 직원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때 재개장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면세업계는 외국인, 특히 중국 보따리상을 중심으로 한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중국인 의존도가 높다. 이에 면세업계는 직원과 고객의 안전을 위해 영업시간 단축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서울 명동 본점과 코엑스점, 월드타워점, 부산점 등 시내면세점 4곳의 영업시간을 기존보다 2시간가량 단축한 오후 6시 30분까지로 변경했다.
서울 용산에 있는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원래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영업했지만, 영업시간을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로 단축했다. 신세계면세점도 서울 명동점, 강남점, 부산점의 영업시간을 오전 9시 30분부터 6시 30분으로 단축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아직 영업시간 단축을 확정하지 않았으나 내부 회의를 통해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한한령 해제 분위기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했지만, 신종 코로나로 분위기가 급반전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시 휴업이나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매출 감소는 당연한 수순"이라며 “봄부터 중국인 관광객 방문에 긍정적인 변화를 전망했는데 춘절 이후 보따리상들의 활동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라고 말했다.
면세업계는 신종 코로나 이후 임시 휴업 등으로 서울 시내 면세점 하루 매출 감소액이 100억~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