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의 따뜻한 금융] 금융의 맛과 멋

입력 2020-02-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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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K임팩트금융 대표

40년 금융인생의 첫걸음을 글로벌은행인 체이스맨해튼은행에서 내디뎠다. 이후 20년은 돈 버는 데 중점을 두는 상업금융회사에서 일했다. 많은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며 금융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보았다. 이익 추구를 위한 치열한 ‘쩐의 전쟁’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이 이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이 이 사회를 위하여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귀국하여 저소득 금융취약계층에게 돈을 빌려주고 빈곤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사회연대은행을 설립하였다. 이후에 설립한 한국사회투자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목적을 지향하는 기업에 재원을 공급하는 재단법인이고, IFK임팩트금융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필요한 재원을 공급하는 사회적금융기관이다.

금융의 맛

금융의 맛은 역시 돈을 버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하여 위험을 부담하면서 투융자를 하고 거래를 만들어 내고 고객을 유치한다. ‘금융공학’이라는 이름을 붙여가면서까지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낸다.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금융은 지속가능할 수 없고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 작년에 국내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였다고 한다. 계속되는 기준금리 인하와 대출규제 강화가 은행들의 수익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지만, 열악한 경제상황 속에서도 국내 4대 금융지주사들의 2019년 당기순이익이 사상 최대인 12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는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운용되는 자본조직이다. 수익을 극대화해서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이 그 목적이다. 금융회사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 그 맛을 잃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맛이 있더라도 너무 많이 먹으려고 하면 배탈이 난다. 탐욕스러운 금융은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주면서 금융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의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얼마나 많은 사회적 폐해를 주고 있는지 경험하고 있지 않는가?

금융의 멋

금융의 멋은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다른 기업들과 달리 금융은 인가를 통하여 정부에서 진입장벽을 만들어주고, 금융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에 금융위기 시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지원해 줄 만큼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 금융의 목적이 직접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회는 점점 더 금융회사들에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금융은 양질의 서비스, 자금 융통, 일자리 창출과 같은 경제적인 역할 이외에 준법, 윤리, 투명, 상생, 협력 등 공동체와 사회를 위한 경영을 통하여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여야 한다. 수익이 덜 나오더라도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금융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새로운 기법들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여야 한다. 돈 벌어서 돕는 수동적인 사회공헌이 아닌, 영업활동 자체를 통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상품을 개발하여야 한다.

금융의 맛과 멋이 어우러져야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세계적으로 크게 확산하고 있는 사회적은행, 임팩트금융 등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급속도로 그 지경을 넓히고 있다. 기존 금융 못지않게 수익구조도 든든하여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수익만을 추구하는 금융은 오히려 지속가능할 수 없다.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적정한 사회적 역할이 내재되어 있지 않은 금융은 금융소비자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금융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새로운 창조가 아니고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맛과 멋이 어우러지는 금융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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