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의 WHO 본부에서 자문 기구인 긴급 위원회의 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결과를 전했다. 다만 WHO는 “국제적인 여행과 교역을 불필요하게 방해하는 조처가 있을 이유가 없다”며 “교역과 사람 이동 제한을 권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국제적 비상사태는 WHO가 가장 심각한 전염병의 경우에 사용하는 규정이다. 실제로 비상사태가 선포된 것은 이번이 6번째다. WHO가 국제 공중보건비상사태를 선포한 사례는 콩고 에볼라바이러스(2018년), 지카 바이러스(2016년), 서아프리카 에볼라바이러스(2014~2016년), 신종 플루(2009년) 등이다.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결정적 이유는 2차 감염자인 ‘사람 간 전염’ 사례가 중국 밖에서도 잇달아 확인됐기 때문. AP통신에 따르면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 날도 미국에서 첫 번째 사람 간 전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감염 환자가 6명으로 늘어났다. 여섯 번 째 환자는 중국 우한(武漢)으로 여행을 다녀온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60대 시카고 환자의 남편으로, 직접 중국에 다녀오지 않았음에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 역시 이날 “현재 중국 이외 지역에서는 18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98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는 독일·일본·베트남·미국 등 4개국에서 8건의 사람 간 전염 사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간 WHO는 사람 간 전염 사례가 중국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았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지난 23일 비상사태 선포 유예에 대해 “중국 내에서 사람 간 전염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족이나 감염자를 돌보는 의료계 종사자 내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중국 외 지역에서는 현재 사람 간 전염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중국 밖에서 발생한 사람 간 전염 사례를 열거하면서 “이 바이러스가 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로 퍼진다면 어떤 피해를 볼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런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금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교역과 이동의 제한을 권고하지는 않겠다면서 “모든 국가가 증거에 기초한 일관된 결정을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의 주된 이유는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 때문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 때문이며, 중국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아니다”라고 중국을 계속 옹호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심각한 사회·경제적 영향에도 우한 폐렴을 억제하기 위해 취한 이례적인 조처들에 대해 축하를 받을 것”이라며 “중국이 발병 감지, 바이러스 격리, 게놈(유전체) 서열을 파악해 WHO와 세계에 공유한 속도는 매우 인상적이며, WHO는 중국의 전염병 통제 능력에 대해 지속해서 신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