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의원의 도덕성이 4ㆍ15 총선을 두달 여 앞두고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각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야 의원들의 이름이 '서초동'에서 계속 흘러나오면서, 각 당의 공천 심사에서 '도덕성'이 엄격한 기준으로 심사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30부(재판장 권희)는 30일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을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강원랜드가 있는 정선군을 지역구로 둔 염 의원은 2012년 11월~2013년 4월 강원랜드 인사팀장 등에게 압력을 행사 등 국회의원 지위를 남용해 채용청탁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으로서 높은 도덕성을 견지하고 공정한 사회가 되도록 노력할 막중한 책임이 있음에도, 지위와 권한을 토대로 부정채용을 요구했다"고 질타했다.
이 사건으로 권성동 한국당 의원도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검찰은 권 의원에게 원심 때와 같은 징역 3년을 구형해달라고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권 의원이 없었다면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고인은 국회의원의 책무를 망각하고 지위를 남용해 공공기관에 친구, 지인 자녀 등을 채용하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부정채용 의혹에 자녀와 연관돼 재판에 넘겨진 국회의원도 있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이석채 전 KT회장의 증인채택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딸의 KT 정규직 채용이라는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김 의원의 딸 부정 채용 혐의는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 했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 항소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6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강원 원주 지역의 기업인 A씨로부터 15차례 걸쳐 3600만 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협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심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의 불출마를 선언했다.
원유철 한국당 의원은 2011년 4월부터 2013년까지 전 보좌관 권모씨와 공모해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평택 소재 기업인 4명으로부터 뇌물과 청탁비 등 1억8000만 원 상당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원 의원은 1심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각 당은 4ㆍ15 총선을 앞둔 공천심사에서 도덕성에 적지 않은 비중을 두고 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정체성(15%)ㆍ기여도(10%)ㆍ의정활동능력(10%)ㆍ도덕성(15%)ㆍ당선 가능성(공천적합도조사ㆍ40%), 면접(10%)을 종합해 심사한다.
한국당 공관위는 대국민 여론 조사를 주요 기준으로 삼아 공천 심사의 큰 틀을 잡을 방침이다. 국회의원 직업윤리가 강조되는 시점에서 도덕성은 대국민 여론에서 주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입시ㆍ채용ㆍ병역ㆍ국적 등의 4대 비리에 연루되면 총선 공천에서 원천 배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강력범죄와 뇌물ㆍ재산 범죄, 성범죄 등 당헌ㆍ당규에서 규정한 5대 범죄의 부적격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한 현역 30% 컷오프, 전체 50% 물갈이를 현실화하겠다 것이다.
다만 공천 심사에서 국회의원의 도덕성을 재판에 넘겨진 혐의로만 평가할 수 없단 의견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과 사를 분리하는 것이 현역 국회의원의 윤리이지만, 단순히 재판에 넘겨진다는 것으로 도덕성을 평가하는 것은 모호한 기준"이라며 "지역 상황에 따른 정치적 관행은 고려해 볼 부분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