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토론을 거친 뒤 본회의 표결을 진행했다. 이날 표결에서 유럽의회는 찬성 621표, 반대 49표, 기권 13표의 압도적인 지지로 영국의 EU 탈퇴협정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영국은 EU 탈퇴를 위한 모든 관문을 거치게 됐다. 영국은 예정대로 오는 31일 오후 11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EU를 나오게 된다. EU 각기구에 걸려 있던 영국 국기도 같은 날 브렉시트가 단행되면 내려질 예정이다.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시행한 이후 3년 7개월 만에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 된 것이다. 영국이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합류한 시점으로부터는 47년 만이다. 1957년 EEC가 창설된 이래로 EU를 탈퇴한 회원국은 영국이 처음이다.
앞서 영국 의회는 EU와 영국이 작년 10월 합의한 탈퇴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영국에서 내부적으로 필요한 EU 탈퇴협정 법안을 통과시켰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역시 이를 재가했다. 지난 24일에는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EU 회원국 정상의 회의체인 EU 정상회의의 샤를 미셸 상임의장이 EU 탈퇴 협정에 서명했으며, 이어 25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서명을 마쳤다.
이제 남은 과제는 올해 말까지로 합의된 전환기간 동안 양측의 미래 관계에 대한 협상을 타결하는 것이다. 앞서 양측은 원활한 브렉시트 이행을 위해 올해 12월 31일까지를 완전한 탈퇴를 위한 일종의 ‘과도기’로 설정했다. 이 기간 동안 영국은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남아있게 된다. 아울러 예산 분담을 비롯해 EU 회원국으로서의 의무 사항 또한 지켜야 한다.
문제는 이달 말 영국이 탈퇴한 이후 남은 전환 기간이 11개월밖에 안되는데, 기간에 비해 다뤄야 할 미래관계 협상 내용은 방대할 뿐만 아니라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까지 걸려있어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미래 관계협상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무역, 안보, 이민 외교정책, 교통 등을 망라한다. 남은 EU 27개국의 승인도 필요하기 때문에 지난 3년 동안 거듭했던 영국의 탈퇴 조건에 대한 협상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EU는 복잡한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 짓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우려하고 있으나, 영국은 현재로선 기존 기한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존슨 총리는 전환기간 연장을 불허하는 내용을 EU 탈퇴협정법에 넣어 통과시키기도 했다. 만일 올해 말까지 협상에 이르지 못한다면 사실상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 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표결에 앞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는 항상 여러분(영국)을 사랑할 것이고 여러분은 결코 멀리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진행될 양측의 무역 협상에 대해서는 “‘공정한 경쟁의 장’ 유지가 전제조건”이라며 “우리 기업들을 불공정한 경쟁에 노출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