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간편결제, 인공지능(AI) 상품추천, 빠른 배송 등을 앞세운 온라인 유통 증가에 치여 감소세를 기록한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만났다.
우한 폐렴이 팬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으로 발전할 기미까지 보이는 가운데 이 같은 대형 감염병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곳이 백화점과 할인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이기 때문이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9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보다 4.8% 증가했다.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이 14.2%가 늘며 전체 매출 신장을 이끌었으나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0.9% 감소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편의점을 제외하고 대형마트, 백화점, 슈퍼마켓(SSM) 등이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편의점은 1인 가구 증가 등 소비 트렌드 변화로 가공·즉석식품과 비상 상비약 등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매출이 4.1% 늘었으나 대형마트는 5.1%, 백화점 0.1%, SSM 1.5% 줄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 감소의 원인은 온라인 매출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는 AI 활용 상품추천, 간편결제 등 기술 발전으로 인한 쇼핑 편의성이 높아지고 배송경쟁력이 강화돼 온라인판매중개(15.9%)와 온라인판매(9.9%) 모두 큰 폭으로 늘었다.
온라인 유통업체 이용이 빠르고 편리해지면서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슈퍼마켓 등을 직접 찾는 대신 클릭과 터치만으로 쇼핑을 즐기게 된 것.
문제는 이미 온라인에 소비자를 뺏기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우한 폐렴 사태로 소비 패턴 유형 변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5년 6월 중동호흡기 증후군(메르스)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업체의 명암은 크게 엇갈렸다.
당시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2% 줄었고 백화점 역시 11.9% 급감했다. 전염을 우려한 사람들이 공공장소 외출을 꺼렸기 때문이다. 반대로 당시 한 온라인 유통업체의 라면·컵라면(36%), 즉석밥·국·카레(22%), 생수(17%), 기저귀(36%) 등의 생필품 구매는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로 온라인 쇼핑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중년층이 온라인 쇼핑 이용에 익숙해지는 등 온라인 유통업체가 급격히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며 “현재 오프라인 경쟁력이 온라인에 밀리는 추세 속에서 소비 패턴 변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