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더케이손해보험 인수를 공식화했지만, 사실상 ‘고용 보장’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더케이손보가 2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되는 등 수익성 지표가 하락세를 타는 상황에서 고용승계를 약속하는 공세적인 인수전략은 경영 리스크로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케이손보 대주주인 한국교직원공제회와 더케이손보가 작성한 잠정 합의안에서 고용승계 관련 조항을 대거 삭제한 제시안을 내놓으면서 인수 대상 회사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암시했다. 고용 보장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더케이손보 인수전의 막판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29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하나금융은 지난 22일 교직원공제회와 더케이손보 노조가 작성한 잠정 합의안에서 ‘제3조 고용보장’ 항목을 대폭 수정하고, ‘제8조 업무·인력 위탁 조항’을 통째로 삭제한 제시안을 교직원공제회 측에 전달했다. 당초 합의문에는 ‘기업 변동의 경우에도 조합원의 고용을 정년까지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됐지만, 하나금융 제시안에는 ‘정년까지’라는 조건이 삭제됐다.
또 ‘회사는 명예퇴직, 희망퇴직, 정리해고 등 인위적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실시하지 않고, 인력 감축을 실시하는 경우 그 필요성, 대상선정, 보상수준, 시행절차 등에 관해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지만, 하나금융 제시안에는 ‘정리해고 등 인위적 구조조정을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로 수정됐다.
특히 ‘영업점 통폐합, 부서폐지, 조직개편, 직무변경 및 근무지 조정 등의 사항에 대해서는 노조와 협의한다’라는 원 합의문 내용은 삭제됐다. 원 합의안 제8조에서 ‘회사의 경영 정책상 필요한 용역, 아웃소싱 등을 시행하는 경우 노동조합과 협의하며, 인력 이동이 수반되는 아웃소싱의 경우 노사 합의를 통해 시행한다’라고 명시한 내용은 하나금융 제시안에선 통째로 사라졌다. 이외에 원 합의안에 ‘회사가 노조에 회사와 동일한 경영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한 부분은 하나금융 제시안에선 ‘충분한 경영정보’로 수정됐다.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이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 하나금융티아이(TI)가 하나금융그룹 디지털을 총괄하고 있는 만큼, 더케이손보의 IT인력도 하나금융티아이 인력이 다수 대체하면서 해당 직군의 대량 실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이 인건비를 더 투자하면서까지 더케이손보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약속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뜻이다.
교직원공제회는 더케이손보 노조의 지속적인 고용안정 요구에 따라 28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노조가 교직원공제회에 요청한 고용안정 확약서 작성을 안건에 올렸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원 합의문의 몇몇 조항에 난색을 보여 교직원공제회 자체적으로 회의를 연 것”이라며 “이번 회의에서는 하나금융과 다시 한번 자리를 마련해 협상해 보자는 얘기가 나왔고, 몇몇 결정된 사항이 있지만, 계약서에 사인한 것은 아니라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이사회를 열어 더케이손보를 인수하기로 의결했다는 것뿐이고, 추가로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