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아영의 발명 이야기] 식칼 손질에서 착안한 렌즈 연마법

입력 2020-01-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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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 바이오메디대학 교수

‘차이스’는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유수의 안경 산업 관련 메이커 중 하나이다. 국내 시장에도 이미 오래전에 진출하여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별히 광학기기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렌즈를 관찰하는 현미경 분야까지 폭넓은 사업 영역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안경 시장의 약 30%를 점유한 이 대형 회사도 작은 발명을 토대로 탄생했다. 19세기 중반 독일에서 칼 차이스라는 청년이 고안해 낸 ‘간편한 렌즈제조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16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된다.

차이스는 당시 집에서 직접 종업원 4명과 함께 유리를 제조하고 다시 렌즈로 만들어 인근 안경 가게에 납품하고 있었다. 명색이 사장이지만 수입은 종업원 수준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렌즈를 제작하는 데 손이 너무 많이 가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생산량이 보잘것없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빠르고 간편하게 렌즈를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자연히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차이스는 그의 아내가 부엌에서 식칼을 손질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렌즈 제조에 대한 일에 묘안을 얻게 되었다. 아내가 계속해 칼날의 한 쪽 면만을 갈고 있는 것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식칼은 애초에 한 면만 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바로 이거다! 렌즈를 만드는 유리도 식칼처럼 제작하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때까지 그는 유리의 양면을 연마하여 렌즈를 제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 아예 처음부터 한 면이 볼록한 모양의 유리를 만들어 한 면만 연마하는 방법으로 렌즈를 생산했다. 그 결과 금방 대단한 효과가 나타났다. 같은 작업시간에 생산량이 두 배 이상으로 부쩍 늘어난 것이다.

이후 불과 1년 만에 ‘차이스 회사’라는 간판이 걸릴 정도로 대단위 공장이 세워지고 수출 상담이 쇄도했다. 이는 작은 발명 하나로 큰돈을 벌게 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힘입어 사세가 날로 확장돼 회사는 안경 업계의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으나, 그는 보다 질 좋은 유리 제조방법과 연마기 기계화 등의 연구를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했다. 그 결과 그의 회사는 오늘날 지구촌 구석구석에 ‘차이스’ 브랜드를 심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오늘날 안경 교정이 필요한 근시 환자가 전 세계 인구의 약 38%를 차지하고 있으며, 안경렌즈는 이에 발맞추어 다양한 기술을 채용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안경테와 유리렌즈를 사용함으로써 생활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불편함 때문에 눈에 직접 삽입하는 콘택트렌즈가 발명되었으며, 현재 눈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작은 크기의 소프트렌즈에 난시 교정 능력까지 결합한 토릭렌즈가 개발되었다. 최근엔 스마트 기능을 탑재하여 안구의 누액을 통해 당뇨의 유무까지도 측정할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도래하였다.

여기서 잠시 안경 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자. 안경 대신 사용하는 콘택트렌즈는 의료기기 2등급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의료기기 중 수출액 기준으로 3위를 차지하고 있는 효자 품목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기술 수준은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기업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다행히 정부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지원 사업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엔 원천기술의 연구개발(R&D) 역량 강화 사업을 통해 많은 부분의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착용하는 콘택트렌즈의 새로운 발명에 있어서 기능성 위주의 개발을 통해 시력 보정을 뛰어넘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결합한 창조적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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