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준공 10년째를 맞는 현대자동차 러시아 공장(HMMR)이 이달중 누적 200만대 생산을 돌파할 전망이다. 꾸준한 투자와 현지 맞춤형 차종 개발에 힘입어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28일 현대차에 따르면 2010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준공된 러시아 공장은 2011년 1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해 지난해 12월까지 총 198만8764대를 생산했다. 매달 2만 대 이상씩 생산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중으로 누적 생산량 200만대 고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 공장은 2011년 13만대를 시작으로 이듬해부터는 매년 20만대 이상을 생산해왔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24만5700대를 만들어냈다. 애초 계획한 연간 생산능력 23만대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러시아 공장은 준공 당시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처음으로 '프레스ㆍ차체ㆍ도장ㆍ의장' 전 공정을 단일 공장에서 수행하는 시스템(Full cycle plant)을 갖췄다. 이를 토대로 2000명 이상의 고용 효과를 유발하며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을 공략하는 전진 기지 역할을 해왔다. 현재 이 공장에서는 현지 맞춤형 모델인 세단 쏠라리스와 소형 SUV 크레타, 기아차의 위탁생산모델 리오가 생산되고 있다.
꾸준한 생산을 바탕으로 현대차는 기아차와 함께 러시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달성하고 있다. 유럽기업인협회(AEB)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각각 10.3%, 12.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로써 현대기아차는 합산 점유율 23.1%로 러시아 회사인 아브토바즈 라다(20.6%)를 제치고 시장 1위를 차지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한 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았다. 제재는 러시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줬다.
자동차 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2년 연 294만대에 달하던 시장 규모는 2014년 143만대로 반 토막 났고, 미국 GM과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공장 문을 닫으며 사업 규모를 축소했다.
반면, 현대차는 투자를 지속하며 생산 차종을 늘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6년 8월 러시아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 시장에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며 "어려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러시아 시장이 회복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2017년 저점을 통과한 뒤 3년 연속 회복세를 보였다. 러시아 정부 차원의 경기부양책이 회복을 견인한 결과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생산량 역시 2016년 주춤한 뒤 2017년부터 꾸준히 늘었다.
투자와 더불어 러시아의 기후와 특성을 고려한 전략 차종 '쏠라리스'의 출시도 현대차의 효과적인 현지 공략에 한몫했다.
영하의 추위가 지속되는 러시아는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기 쉬운 환경인데, 쏠라리스는 이에 맞게 배터리 용량을 키웠다. 잦은 눈으로 사용할 일이 많은 워셔액도 기존대비 1.5배 정도 늘렸다. 스티어링 휠 열선 기능을 기본 적용하고, 좋지 않은 도로 사정을 고려해 차체와 지상의 거리를 늘린 점도 특징이다.
2011년 출시된 쏠라리스는 2016년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에 오르는 등 가격 대비 우수한 상품성을 인정받아 현지인의 꾸준한 선택을 받고 있다.
현대차의 러시아 시장 공략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계열 부품사인 현대위아는 2021년 10월 양산을 목표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엔진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연간 24만대의 엔진을 만들어 현대차 공장에 납품할 예정이다. 현대차 측은 공장 건설이 끝나면 부품 현지화율이 높아져 러시아 공장의 생산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