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우리 경제에 미쳤던 악영향을 되짚어보면 우한 폐렴도 우리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사스·메르스’ 관광객 감소에 GDP 마이너스 =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놓은 ‘중국발 원인 불명 폐렴 현황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는 외국인 관광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2003년 2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포인트(연간 성장률 0.25%포인트) 내외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38명의 사망자와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던 메르스 사태 때인 2015년 2분기 성장률은 0.4%에 그쳤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추산에 따르면 메르스의 영향으로 2015년 한국 GDP는 0.2%포인트 감소했고,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200만 명 넘게 감소하면서 여행업은 26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특히 중국이 중심이 된 이번 우한 폐렴은 앞으로의 확산 여부에 따라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염병은 국가 간 교류와 무역을 방해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상당히 심각한 타격을 준다. 따라서 확산 여부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결정적”이라며 “과거와 비교해 중국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비중이 큰 상태이므로 부정적 효과가 좀 더 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확진자가 계속 늘어난다면 국내 소비와 여가 활동이 위축될 우려도 커 소매판매를 비롯해 여행·관광·유통 업종 등 서비스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따라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확대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금융·외환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한국은행도 애초 연휴 직후에 개최하려던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하루 앞당겨 이날 열고, 이주열 총재 주재로 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글로벌 경제 ‘요동’…관광업 등 악재 시작 = 세계 경제에도 신종 코로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른 불안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4일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지수가 0.58%, S&P500지수가 0.90% 각각 떨어졌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93% 하락으로 마감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가 2% 급락하는 등 27일 아시아증시도 신종 코로나 공포로 부진을 이어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유행했던 17년 전과 비교해 현격히 높아졌다며 그만큼 이번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더욱 큰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추정에 따르면 2003년 사스 사태 당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경제성장률이 연간 0.6%포인트 하락했다. 금액상으로는 이들 지역에 180억 달러(약 21조 원) 손실이 발생했던 것으로 ADB는 추산했다.
신종 코로나는 사람의 왕래를 크게 억제, 결과적으로 전 세계 비즈니스를 위축시킬 수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실제로 운반한 승객 수와 비행거리를 곱해 산출하는 ‘유상여객 km’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2003년에 7460억㎞로, 전년보다 약 5% 줄었다. 닛케이는 사스 사태 당시와 비교해 중국을 기점으로 하는 사람의 이동이 급증한 상태여서 이번 신종 코로나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고 거듭 경고했다.
이미 일본 관광산업에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홋카이도의 한 대형 호텔은 200개 객실이 춘제 연휴 전 예약이 꽉 찼지만, 중국인 고객의 숙박 취소가 속출해 현재 50개 객실이 공실 상태에 있다.
전일본공수(ANA)는 나리타와 우한을 연결하는 항공편에 대해 2월 1일까지 결항할 방침이다. 중국 수요가 많은 일본 화장품업체 시세이도 주가는 27일 장중 8% 이상 폭락했으며 ANA 등 일본 항공업체 주가도 일제히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