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사외이사 인사권을 왜 정부가 통제하나

입력 2020-01-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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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 사외이사 임기 제한 등을 담은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곧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 후 즉시 시행된다. 정부는 당초 1년 유예를 검토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로 기업들의 올해 정기 주주총회부터 강행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사외이사가 상장사의 한 회사에서 6년, 계열사를 포함해 9년을 넘겨 일할 수 없게 된다. 또 계열사에서 퇴직한 지 3년(현행 2년)을 넘어야 사외이사가 될 수 있다.

경제계는 기업경영의 자율성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당장 3월부터 재직기간을 초과한 사외이사 교체를 두고 큰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금융업을 제외한 566개 상장사가 올해 봄 718명(코스피 311명, 코스닥 407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해야 한다.

사외이사 임기제한은 그들이 대주주의 독단과 전횡에 대한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거수기’ 노릇만 해왔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해 대주주를 견제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이런 식의 규제는 납득하기 힘들다. 정부가 민간기업 이사회 구성을 간섭하고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반(反)시장 조치인 까닭이다.

한 회사 사외이사를 오래 하는 것의 장단점은 있다. 경영진과 유착하는 위험은 경계해야 하지만,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역량을 발휘하는 기회일 수 있다. 무엇보다 누구를 사외이사로 앉히고, 임기를 어떻게 둘 것인가 하는 문제는 기업 자율의 영역이다. 외국에서도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곳은 그 사례를 찾기 힘들다고 한다.

이번 조치는 민간기업 인사권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다. 기업경영의 독립성을 위협한다. 사외이사 제도 시행 이후 기업들은 늘 적합한 인물을 찾기 어려운 인력풀 부족에 시달렸다. 명망은 있지만, 기업경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전문성과 무관한 대학 교수나 관료 출신들이 대거 사외이사에 진출해온 이유다. 앞으로 이런 편향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올해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탈락한 친(親)여권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오기 위한 자리를 만들려는 정권의 의도라는 비판이 많다.

국무회의에서 함께 통과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의 ‘5% 룰 완화’도 문제다. 공적연금이나 기관투자자의 상장사 5% 이상 지분 보유에 대한 공시의무 완화로,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경영에 직접 개입하고 투기자본의 한국 기업 공격을 쉽게 만들 소지가 큰 까닭이다. 경제계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로 민간기업 이사 선임과 해임, 정관 변경 등에 막대한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경영 자율성이 심각하게 흔들리는 상황을 우려한다. 이러면서 무슨 기업규제 완화를 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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