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면 ‘아메리칸 드림’을 꿈꿔도 좋다. 하지만 ‘흙수저’일 경우, 미국이 아닌 캐나다에서의 인생 역전이 더 쉽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일(현지시간) 발표한 ‘글로벌 사회이동성지수(GSM) 2020’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캐나다 빈곤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이 더 나은 삶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에서 집을 사고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서다. 이들은 ‘아메리칸 드림’보다 ‘캐내디언 드림’을 꿈꿔야 한다는 소리다.
GSM은 사회·경제적 배경, 성별, 출신에 관계 없이 개인이 가진 능력을 얼마나 이룰 수 있는지를 평가한 지수다. 크게 보건, 교육, 기술 접근, 노동, 사회적 보호 등 5가지 범주를 평가해 점수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82개국을 사회이동성이 활발한 순으로 나열했다.
그 결과, 캐나다(14위)가 미국(27위)보다 사회이동성에서 월등히 앞섰다. 하위 계층이 사다리를 타고 상위 계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실제 미국에서 저소득층이 중간 소득에 도달하는 데 5세대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독일(6), 프랑스(6)보다는 빨랐지만 캐나다(4), 호주(4), 덴마크(2)보다는 오래 걸렸다.
보고서는 미국에서 1970년대 이후 임금 격차가 현저하게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소득 최상위 1%가 2018년 벌어들인 수입이 1979년보다 158% 더 많았다. 반면, 하위 90%는 같은 기간 24% 증가에 그쳤다.
보고서는 금전적인 이점 외에도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빈곤 가정보다 훨씬 좋은 인맥으로부터 얻는 이점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사회자본 및 금융자본 모두에서 이점을 누린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사회이동성이 활발한 국가는 독일(11위)이었다. 이어 프랑스(12위), 캐나다(14위), 일본(15위), 영국(21위), 미국(27위) 순이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미국보다 저소득층이 중간 소득에 도달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사회적 보호 및 공정한 임금 부문에서 미국을 앞지르며 총 사회이동성 순위를 끌어올렸다. 신흥국 가운데는 한국(25위), 러시아(39위), 중국(45위), 브라질(60위), 인도(76위), 남아프리카(77위)로 사회이동성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졌다.
한편,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이동성 지수가 가장 높았다. 덴마크의 경우,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와 부자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어른이 됐을 때 고소득을 얻을 가능성이 비슷했다. 이는 양질의 교육 및 일자리에 대한 접근 기회가 많은 데다 사회안전망이 촘촘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WEF는 이번 조사 결과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람들이 풍족한 삶을 살기 위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 결과, 개인의 잠재적 성장 기회가 사회경제적 지위에 예속되고 있으며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부의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각국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득세 등 세금 원천의 균형을 바로잡고 교육 기회 제공 및 훈련 개발을 촉진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