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법원이 20일(현지시간) 지난 2018년 자국에서 체포된 멍완저우(47)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미국 송환 여부를 가릴 심리를 시작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밴쿠버 소재 브리티시컬럼비아법원이 이날부터 24일까지 첫 번째 공판을 진행한다. 멍완저우가 지난해 12월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전격 체포된 지 1년여 만에 재판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은 멍완저우 체포 이후 지난해 이란과의 불법 금융 거래에 대해 은행 등에 허위 설명을 했다고 사기 등의 혐의로 멍 부회장을 기소, 캐나다에 송환 요청을 정식 제출했다.
멍완저우는 그동안 보석이 인정돼 밴쿠버에서 가택 연금 상태에 있었다. 그는 이날 물방울 무늬의 검은색 옷을 입고 발목에 전자발찌를 찬 채 법원에 등장했다. 법원 밖에서는 “멍완저우를 석방하라” “트럼프는 우리를 그만 괴롭혀라” 등의 피켓을 든 시위대가 시위를 벌였다.
이번 재판은 멍완저우에 대한 미국 측 기소 내용을 입증하거나 반증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혐의가 미국으로의 송환 요건을 충족하는지 판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범죄인 송환 절차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인 ‘쌍방가벌성(Double Criminality)’을 다룬다. 멍완저우를 미국으로 송환하려면 그에 대한 혐의가 캐나다에서도 위법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캐나다 법을 저촉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멍 부회장이 석방될 수 있다.
캐나다 법무부는 “멍완저우와 화웨이는 미국과 캐나다 모두에서 범죄로 취급받는 은행사기를 저질렀기 때문에 쌍방가벌성 기준을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멍완저우 측 변호인단은 “이번 사건의 본질에는 캐나다가 이란에 부과하지 않았던 제재 위반이 포함돼 있다”며 “이에 쌍방가벌성 기준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어 “캐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지난해 5월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하기 전까지는 협정에 따라 제재를 부과하지 않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멍 부회장이 이란 제재와 관련해 HSBC 은행 직원을 속인 시점이 캐나다가 이란과의 거래를 전면 금지했었던 2013년 8월로 훨씬 이전”이라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이날 성명에서 “캐나다의 사법 시스템이 멍 부회장의 결백을 증명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멍완저우는 런정페이 화웨이 설립자의 장녀이기도 하다. 그의 운명은 이제 막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한 미국과 중국은 물론 캐나다까지 3개국의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CNN은 내다봤다. 미국 송환이 결정되면 미·중 양국 관계가 악화하고 중국이 캐나다에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여전히 송환 프로세스가 길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멍 부회장은 항소할 수 있어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