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원금손실을 낸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제재심의위원회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달 말 추가 회의를 열기로 했다.
금감원은 16일 DLF 제재심을 열고 우리ㆍKEB하나은행의 경영진 징계 수위를 논의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회의를 진행했으나, 양측의 치열한 공방 속에 결국 징계안을 확정 짓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진술할 임직원이 많은 데다, 제재 당사자들의 소명이 길어지면서 이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이달 말에 제재심을 한 번 더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제재심에서 결론이 나더라도 효력이 발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임원 문책 경고까지는 금융감독원장 전결 사안이나, 기관 중징계나 과태료 부과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의 의결로 확정된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이날 법률대리인과 함께 제재심에 출석해 변론했다. 회의 참석 전 '징계안을 받아들이느냐'는 취재진 질문이 쏟아졌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를 통보했다. 임원이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두 은행은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이유로 경영진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임직원이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통제 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내부통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일 뿐, 경영진을 제재할 직접적 근거는 아니라는 게 은행 측 주장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기관장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 시행령에는 "내부통제기준의 운영과 관련해 최고경영자를 위원장으로 하는 내부통제위원회를 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앞서 금감원은 2018년 삼성증권 배당사고 때도 이 조항을 근거로 전ㆍ현직 대표이사 4명에게 해임 권고를 내렸다.
이에 정부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내부통제 실패 시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지게 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징계 수위에 관심이 쏠리는 건 손 회장의 연임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임기가 끝난 함 부회장은 올해 말까지 임기가 1년 연장됐지만, 손 회장은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주총 후에 징계안이 확정되면 연임에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약 그 전에 효력이 발생하면 그가 내밀 카드는 행정소송밖에 없다.
은행 관계자는 "올해 우리금융은 증권ㆍ보험사 인수를 계획하고 있는데, 인허가권을 지닌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