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무려 2000억 달러(약 232조 원)에 달하는 미국산 제품 구매 약속을 받아내 오는 11월 대선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시 주석도 중국 경제 구조개혁과 같은 핵심 이슈를 뒤로 미루는 등의 성과를 얻었다.
영국 BBC방송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와 시진핑 모두 1단계 무역합의의 승자”라고 분석했다. 이날 치러진 무역합의 서명식은 트럼프가 자화자찬(自畵自讚)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는 “공정 무역을 실현하는 역사적인 거래다. 이번 행사는 매우 중요하고 놀라운 순간”이라며 “불공정 무역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한다는 선거공약을 지켰다”며 자신의 성과를 뽐냈다.
BBC는 일각에서 이번 합의의 실질적 성과가 거의 없다고 주장하지만, 트럼프는 무역전쟁을 잊게 하고 2020년 대선에서 자신의 성취를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도 “1단계 합의는 트럼프에게 완벽한 선거 홍보 자료를 제공해준 셈”이라며 “그 시점도 상원이 탄핵 재판을 시작하려는 시기와 맞물려 있어 절묘하다”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가 얻은 성과는 관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중국의 강한 요구에도 이 카드를 지켰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1단계 합의 후에도 중국 제품 대부분에 25% 관세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해제하면) 협상 카드를 잃어버린다”고 역설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2단계 합의에서 추가적인 대중 관세 철회가 있을 수 있다”며 “만일 중국이 1단계 합의 이행에 실패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재부과하거나 인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측도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 고위급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이번 합의는 중국과 미국, 전 세계에 유익하다”며 “우리는 더욱 큰 진전을 위해 무역협정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던 리처드 닉슨의 외손자이자 브라이트스피어인베스트먼트그룹의 부회장인 크리스토퍼 닉슨 콕스는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자신의 국가자본주의를 둘러싼 커다란 난제들을 연기시켰다. 이런 이슈에 대한 협상은 아마도 11월 미국 대선 이후가 될 것”이라며 “또 단기적으로도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관심이 줄어 부담을 덜었다. 트럼프는 유럽과의 무역협상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