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태평양이 베트남에 이어 다음 ‘넥스트 차이나’로 인도를 지목했다. 금융 부문 인수합병(M&A)에 대한 노하우와 강점을 앞세워 현지 마이크로파이낸스(소액대출사업) 분야 딜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14일 법조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평양은 지난해 M&A 법률자문 시장에서 계약종결 기준 67건의 딜을 대리했다. 거래금액은 15조5119억 원 규모다.
주요 업무실적을 보면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구 ING생명) 인수가 대표적이다. 태평양은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 지분 59.15%와 경영권을 인수하는 거래와 관련해 인수 측 자문사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해당 거래는 시장에서 주목받은 대규모 M&A로, 신한금융으로서는 2007년 신한카드(구 LG카드) 이후 11년 만에 빅딜을 성사시키게 됐다.
태평양은 “M&A 자문팀 이외에 금융기관 인허가 및 지배구조, 자본시장, 보험업 관련 각종 규제, 세무 등 인접 영역 전문가들의 충분한 자문역량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딜”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도 주요 사례로 꼽힌다. 태평양은 매수인인 더블스타를 대리해 법률자문을 제공했다.
전략적 외국투자자에게 경영권 있는 지분을 프리미엄 없이 넘기면서 채권단 지분 엑시트를 도모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중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와, 한국의 노사 문화, 채권단 및 한국 정부의 예상 입장 등에 대해 종합적인 분석을 제공해 투자자에게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태평양은 지난해 △글로벌 사모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서브원 지분 인수 △현대해상화재보험의 베트남 비엣틴은행 보험회사 투자 △JKL파트너스의 롯데손해보험 인수 △포스코의 중국 양극재 생산법인 조인트벤처(JV) 설립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영국 런던 소재 생츄어리 빌딩운영회사 인수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의 라인게임즈 투자 유치 등을 자문했다.
분야는 기업과 금융, PEF, 아웃바운드 등을 망라한다. 진행 중인 건으로는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 인수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굵직한 거래들이 포진해 있다.
태평양은 650여명의 변호사 중 150명이 M&A 업무를 담당한다. 해외사무소는 베트남 호치민과 하노이를 비롯해 8곳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베트남 이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인도를 지목하고 진출을 모색 중이다.
M&A팀을 총괄하는 양시경 태평양 파트너변호사는 “우리나라의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는 인바운드(해외투자자의 국내기업 투자)는 드물고 대부분 아웃바운드(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인데, 해외투자가 안 가본 데를 가는 거라 현지법과 인허가 등 문제로 시행착오가 많고 성사율이 국내 M&A의 반의 반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베트남의 경우 산업과 시장, 대관 등 요로를 파악해서 접촉한 게 10년이 넘었다”며 “그렇게 축적한 네트워크로 법률자문은 물론 현지 문화와 산업 여건, 매물 정보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며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외국변호사도 계속 채용하며 해외 역량을 늘려나가고 있는데 앞으로는 금융 등 우리 기업의 관심이 커지는 인도 시장으로의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태평양은 지난해 기업공개(IPO) 분야에서 상장완료 기준 18곳의 상장을 도왔다. 공모규모는 약 4조1417억 원이다.
한화시스템과 현대에너지솔루션(구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롯데리츠와 NH프라임리츠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됐다. 피피아이와 메탈라이프, 메드팩토, 한국비엔씨, 라파스, 캐리소프트, 엔바이오니아, 올리패스, 코윈테크, 한국바이오젠, 줌인터넷, 이지케어텍, 에코프로비엠, 셀리드는 코스닥에 입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