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농업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으며 미국의 자동차 부품, 가구, 기계 수입업자들이 관세 부과로 압박을 받았고 미국과 중국 간 투자가 하락했다. 미중 관세 전쟁으로 인한 비용은 모두 미국 수입업자들이 부담한 셈이다. 관세 비용이 중국에 돌아간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언과 다른 결과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 농업분야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이 대두 같은 미국산 주요 수출품의 수입을 중단하면서 미국 농산품의 대중 수출은 연간 250억 달러(약 28조 9000억 원)에서 70억 달러로 급락했다. 수익이 줄어든 농업 관련 종사자들이 빚에 의존하면서 농가 부채는 지난해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정부는 280억 달러 규모의 농가 지원에 나섰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 등 훈풍이 불면서 중국이 미국산 농산품 구입을 재개, 연간 대중 수출 목표를 4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조정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 확전 과정에서 관세 품목을 기계와 자본재에 소비자 제품으로 점차 확대했다.
자동차 부품·가전제품·가구 등 관세 대상 제품 가격은 2017년 이후 3% 이상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지난해 2% 상승했다. 이 가격 상승분을 미국 수입업자들이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알베르토 카발로 하버드 대학 교수는 “중국 수출업자들이 상품 가격을 내리지 않거나 위안화 평가 절하로 관세 상승분을 흡수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량은 대폭 감소했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300억 달러 감소한 반면 중국으로부터 수입은 700억 달러 줄었다.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무역적자가 감소했지만 규모는 크지 않았고 지난해 11월까지 1년간 무역 적자는 3600억 달러로 여전히 높았다.
그레고리 다코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전쟁을 통해 엄청난 교역 감소가 나타난 반면 적자 감소는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의 대중국 수입 감소는 중국 중소 규모 기업들 도산으로 이어졌다. 규모가 큰 기업들의 경우 비용 감소 방법을 모색하거나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과 대조된다.
대미 해외투자도 위축됐다. 낸시 맥레논 해외투자기관 대표는 “해외 기업이 미국 내 제조업 분야의 20% 인력을 고용하고 있고 미국 상품 수출의 25%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해외 투자 감소는 상당히 안 좋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에 실패했다. 2018년 초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성장률을 3% 이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면서 성장률이 둔화하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연준이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중국 경제도 둔화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017년 7%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던 중국은 지난해 30년 만에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다. 세계은행(WB)이 전망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6%에도 못 미친다. 무역전쟁이 중국 기업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투자를 미루고 고용 창출을 늦춘 영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가져온 결과를 제대로 평가하기에 아직은 이르며 몇 년은 더 걸려야 제대로 된 여파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이한 코세 월드뱅크 거시경제전망 책임자는 “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관세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성의 문제였다”면서 “무역 궤도 이탈로 인한 불확실성이 얼마나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는지 알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