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임 일성으로 “절제와 자제를 거듭하는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을 향한 청와대와 여권의 기조에 발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지검장은 13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검사장으로 임명돼 여러분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이 참으로 기쁘고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은 “검찰은 지금 새로운 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며 “검찰을 둘러싼 형사 절차가 앞으로 크게 바뀔 것이라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열망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국민이 진정으로 검찰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소통함으로써,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지검장은 인권 보호를 위해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지시했다. 그는 “최근 제정된 ‘인권 보호 수사규칙’과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등 수사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 도입된 법령을 철저히 준수해 인권 보호 수사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지검장은 “절제된 수사과정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고, 인권 보호도 이뤄져 종국적으로 당사자 모두가 수긍하는 수사 결과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검장은 형사부 강화 방침도 밝혔다. 그는 “형사부 전문화와 인권 보호를 위한 새로운 사법통제 모델 모색 등 변화하는 수사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생과 관련된 검찰 본연의 임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한정된 수사 역량을 민생과 직결된 사건에도 투입해 효율적인 수사 시스템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경찰을 형사 절차의 협력과 동반자로 확실히 인식하고, 경찰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검찰의 임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이 지검장은 ‘조롱 문자’ 논란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오전 8시 55분 첫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난 이 지검장은 ‘정권에 대한 수사 차질 우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문자 메시지가 논란이 되는데 어떤 입장인지’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청사로 향했다.
전날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지검장이 검사장급 인사를 전후해 인사 대상인 대검 고위 간부에게 약을 올리는 듯한 표현과 독설에 가까운 험한 말이 담긴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