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마닐라 인근에 위치한 탈(Taal) 화산이 폭발하면서 50차례 이상 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높이 10∼15㎞에 달하는 테프라(화산재 등 화산 폭발로 생성된 모든 종류의 쇄설물) 기둥이 형성됐고, 마닐라의 케손시 북쪽에까지 화산재가 떨어질 정도로 폭발 위력이 상당했다. 이로써 도시 전체가 재와 파편에 뒤덮였다.
필리핀 정부는 마닐라 국제공항을 폐쇄하고 170여편의 비행편을 취소했다. 6000여명이 대피했고 인근 11개 지역까지 영향권에 들어오면서 향후 20만 명이 대피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와 정부 관공서가 폐쇄 명령을 받았으며 주식시장도 폐장했다. 당국은 또 탈 화산섬을 영구 위험지역으로 선포해 관광객 진입을 금지했다.
더 강력한 수준의 폭발이 예고돼 우려를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가 화산 폭발을 경고하는 상황이다. 필리핀지진화산연구소는 “위험한 수준의 폭발이 수시간 내에서 수일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탈 화산 폭발 후 1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경고 등급을 1단계에서 4단계로 격상했다.
필리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환태평양 ‘불의 고리’에 위치해 있어 지진과 화산 폭발이 잦다. 24개의 활화산이 분포해 있으며 매년 20건의 태풍도 몰아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6년까지 필리핀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로 2만3000명이 사망하고 1억2500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사회경제적 피해 규모만 200억 달러(약 23조1400억 원)에 이르는데 연간 평균 피해액이 12억 달러다.
그동안 탈 화산섬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천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필리핀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였다. 하지만 위험이 갈수록 커지면서 접근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