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12월 기준으로는 역대최대 증가폭을 기록한데다, 주택담보대출 증가규모도 3년1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주택자금 수요 등 영향으로 일반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을 의미하는 기타대출도 12월 기준으로는 13년만에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반면 기업대출은 연말이라는 계절적요인에 따라 감소세로 돌아섰다.
제2 안심전환대출 관련 비은행 대환분 9000억원을 제외할 경우엔 6조3000억원 증가했다. 이 역시 12월 기준으로는 2015년 6조9000억원 증가 이래 가장 컸다.
부문별로는 주담대가 5조6000억원 늘어난 653조6000억원을 보였다. 이는 2016년 11월 6조1000억원 증가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12월 기준으로는 2015년 6조2000억원 증가 이후 최대규모다.
기타대출도 1조6000억원 확대된 233조6000억원을 보였다. 역시 12월 증가세로는 2006년 1조7000억원 증가 이래 가장 컸다.
주담대는 전세자금 수요가 지속된데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실제,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주담대 증가폭 4조9000억원 중 2조5000억원은 전세자금관련 대출이었다. 또,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와 전세 거래량은 각각 1만호와 7000호를 기록 중이다. 기타대출도 주택자금 수요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12·16 대책을 내놨지만 12월 중순 이후 발표됐다는 점에서 12월 대출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상호 한은 시장총괄팀 과장은 “12월 기준으로는 증가폭이 상당히 커 보인다. 가계대출이 주택수요를 중심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이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라며 “1월은 비수기지만 이같은 추세가 갑자기 줄진 않을 것이다. 2~3달 정도 증가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12·16 대책이 12월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 과거 9·13 대책 발표시 효과도 두달 정도 시차를 두고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업대출은 6조2000억원 감소한 869조원을 기록했다. 대기업은 2조2000억원, 중소기업은 3조9000억원 각각 줄었다. 다만 중소기업에 포함된 개인사업자대출은 8000억원 늘어 증가추세를 이어갔다. 기업은 통상 연말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빚을 일시상환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