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11일(현지시간) 입법의원(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총통 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1996년 직선제 도입 이후 7번째로 치르게 되는 총통 선거다. 투표는 11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되며 결과는 같은 날 밤 늦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통 선거에는 대만 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현 총통과 제1야당이자 중국에 우호적인 중국국민당(국민당)의 한궈위 후보, 대선 단골 주자로 중도 우파인 친민당의 쑹추위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지만 사실상 차이잉원과 한궈위의 양자 대결 구도가 됐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이번 선거가 사실상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1990년대 민주화 이후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FP는 차이잉원 현 총통이 경쟁자들에 대해 대만의 독립권을 중국에 넘겨주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이번 선거를 대만인의 정체성을 묻는 국민투표 성격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홍콩 시위사태가 해를 넘겨 계속되는 가운데 대만에서 독립을 추구하는 차이 현 총통이 재선되면 홍콩과 마카오, 더 나아가 대만과의 관계에서 핵심 원칙으로 지켜왔던 일국양제가 흔들리게 된다.
선거가 임박하면서 여론조사 공표가 새해 들어 금지됐지만 차이잉원의 재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FP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 차이 현 총통은 5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때 기세를 떨쳤던 한궈위 후보 지지율은 약 15%에 그치고 있다. 쑹추위는 5~10% 지지율로 대선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중국은 차이잉원에 반대해 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차이의 재선을 유력하게 만든 것이 바로 중국이다. 여당인 민진당은 지난 2018년 11월 지방선거에서 대패했다. 또 지난해 8월만 하더라도 차이잉원과 한궈위 지지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강경한 자세로 홍콩 시위를 진압하면서 대만 유권자들의 반중(反中) 정서가 강해졌다. 민진당도 홍콩과 대만 상황을 비교한 동영상을 올리면서 지금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유권자들의 중국에 대한 공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한궈위 후보는 중국과 적대적인 관계가 되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사상 최저 수준의 실업률과 상대적으로 양호한 현 경제 상황으로 한 후보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고 FP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