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에 블랙리스트가 다시 생기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서울 예술의 전당 음악당에서 열린 '2020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지난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언급하며 이 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점심을 함께 했는데, 블랙리스트 사태가 우리 문화예술의 자유에 대해 고통을 준 점에 대해 정말 죄송스러울 뿐 아니라 문체부 내부도 굉장히 많이 침체됐는데 이제는 많이 벗어났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문화예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뿐 아니라 예술인들의 생활 안정과 창작을 지원하고, 복지 수준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문화예술인들이 생활에 대한 걱정 없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을 더 자랑스러운 나라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우리의 수준을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며 "전 세계가 극우주의나 포퓰리즘의 부상 때문에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는데, 우리는 촛불혁명으로 문화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전세계가 경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많은 분들이 고정관념처럼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아주 성장했지만 문화·민주주의·시민의식은 아직 멀었다고 하거나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이 됐지만 나머지 분야는 아직도 후진국이야'라고 말한다"면서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아주 좋은 소식"이라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서 한국 영화 100년의 저력을 보여주는 쾌거"라고 기뻐하기도 했다.
또 "아세안 정상들을 만나면 가장 주된 환담 소재가 우리 드라마"라며 "태국 총리는 퇴근해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이 취미로 그 분이 태국의 참모총장 출신이라 '태양의 후예'를 재밌게 봤다고 하고, 베트남 총리에 따르면 현지에서 한국 드라마를 방영할 때 거리가 한산해 진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K팝도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아주 대단하다"면서 "아랍에미리트 연합을 갔을 때 히잡을 쓴 여성들이 '떼창'을 하는 것을 보며 감격스러웠고,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방문 때 방탄소년단을 꼭 데려와달라고 신신당부하는 걸 보니 폐쇄적 사회인데도 K팝이 환영받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아셈(ASEM·아시아유럽회의)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벨기에에 갔을 때 호스트에 해당하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임동혁 피아니스트의 쇼팽 연주를 듣고 '세계에서 쇼팽을 가장 잘 연주하는 연주가를 초대한 것'이라고도 했다"고 떠올렸다.
아울러 "우리 문화·예술은 대한민국을 빛내주고, 대한민국을 아주 자랑스러운 나라로 그렇게 만들어주고 있다"면서 "덕분에 저도 외국에 나가거나 외국 정상들을 만나면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