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기생충ㆍBTS로부터 우리기업이 배울 점

입력 2020-01-0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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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소통, 열정...'

지난해 온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영화 '기생충'과 한류의 새 역사를 쓴 가수 방탄소년단(BTS)의 공통된 성공 요인들이다.

마치 국내 기업 상당수가 매년 새해를 맞이하며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성공 키워드와도 너무 흡사하다.

조금 다른점이 있다면, 전자는 이 세 가지를 제대로 실천해 성공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반면, 후자에는 여전히 이 세 가지가 넘어야 할 과제이자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반가운 뉴스들이 쏟아졌다.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었다는 놀라운 소식. 기생충은 지난해 칸영화제를 비롯해 전 세계 53개 영화제에 초청됐고 이번 골든글로브 상까지 합하면 50개 가까운 트로피를 해외에서 들어 올렸다.

또 지난 4일에는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4학년 고급 한국어 수업에서 기생충을 포함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4편을 교재로 쓰기로 했다는 의미 있는 소식도 들렸다.

한국 관객 1000만 명 돌파에 이어 북미에서도 지난 5일 기준 2390만 달러(약 279억 원)를 벌어들인 기생충의 성공요인으로 전문가들은 일제히 '소통과 공감대'를 꼽는다.

전 세계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사회 양극화' 문제를 제대로 표현해 단 1%의 오해와 비약없이 국경을 초월한 소통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의 힘을 알린 기념비적 사건이자, 우리만이 느꼈던 가장 한국적인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도 공감될 수 있다는 성공 전략을 찾아낸 셈이다.

소통을 외치며 직급·호칭 파괴로 표면적 수평적 조직 문화 조성에 열을 올리지만, 정작 조직 내 의사 결정 방식과 소통 구조는 여전한 과거에 머물러 있는 우리 기업들과 대조된다. 오죽하면 `청바지 입은 꼰대`라는 말이 나왔을까.

'21세기 비틀즈'라는 별명까지 얻은 BTS는 지난해 빌보드 뮤직 어워드 2관왕을 차지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트윗된 가수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올 들어서는 연초부터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새해맞이 BTS 공연을 보기 위한 팬들 150만명이 몰려 '한국어 떼창'을 하는 진귀한 장면을 연출해냈다.

BTS의 놀라운 장악력은 사실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결과다.

'열정'과 '실력'이라는 기본 베이스에 오랜기간 전 세계 사람들이 같은 시간대에 SNS을 통해 BTS의 팬클럽인 '아미(Army)'들이 소통하고 결집해왔다. 팬들이 가장 원하는 니즈는 바로 '소통'이었기 때문이다.

팬들을 단순한 팬덤이 아닌 '고객'이라는 가치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이를 테면 해외 공연에서 듣지 못하는 관객을 위해 그 자리에서 바로 수화를 해주는 모습이 전해지며 전 세계 아미를 더욱 결집시켰다. 진정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사실 '대중문화와 팬', '기업과 고객'을 엮어 성공 전략을 비교하고 따진다는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일 수 있다.

다만, 그럼에도 기생충과 BTS에 대해 전 세계가 왜 열광하는지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봐도 한 두가지 정도는 우리 기업들도 공감하고, 나아가 배울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올해는 "외환위기 이후로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라고 기업들이 하소연했던 지난해보다 더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 한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우리 기업의 한 일원으로서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하는 희망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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