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사태에 따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환매중단 펀드의 대규모 손실 전망이 나오고, 불완전 판매와 함께 판매 사기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를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설 움직임이다. 곧 검찰 수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라임의 290개 사모펀드 설정액은 작년말 4조4000억 원으로, 7월보다 1조5000억 원(25.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런’의 상황이다. 지난해 8월 라임에 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금융감독원 검사와 함께 10월 일부 사모펀드에 대해 환매중단 조치가 취해지면서 불안감이 커진 투자자들이 대거 자금을 빼간 것이다.
대규모 투자손실도 예상된다. 환매중단 펀드의 손실률이 이르면 이달 중순 나올 예정인데, 손실률이 70%를 넘을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라임이 손실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투자자를 모집했다는 점이다. 라임은 2426억 원 규모의 무역금융펀드를 전문운용회사인 미국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IIG)에 투자했는데, 2018년 11월 IIG로부터 자산손실을 통보받고도 1년 동안 계속 투자자를 모았다. 작년 6월에는 무역금융펀드 지분 일부를 다른 싱가포르 운용사에 넘기면서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더욱이 IIG는 손실을 숨기고 새로운 투자를 받아 기존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다단계 돌려막기인 ‘폰지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IIG는 작년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등록 취소를 당하고 펀드 자산도 동결됐다. 여기에 넣은 투자금은 아예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문제의 펀드를 판매 대행한 금융회사는 신한금융투자와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다. 그런데 이들이 원금손실이나 환매 지연 가능성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채 불완전 판매했다는 투자자들의 주장이 잇따라 제기된다. 사실로 입증되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다. 상품 내용이나 위험을 투자자에게 설명하지 않은 경우 피해가 발생하면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은행들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손실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크게 말썽을 빚었다. 금감원은 DLF 판매 은행들에 80%까지 배상토록 하는 등 불완전 판매에 강도 높은 책임을 추궁했다.
라임 사태의 보다 엄정한 조사와 함께 검찰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저금리 추세에 사모펀드 시장은 갈수록 커지는데, 판매와 운용과정이 불투명해 시장은 혼란스럽고 투자자 보호는 허술하다. 불완전 판매에 대한 논란도 거듭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3월부터 은행의 고위험 사모펀드 판매를 제한하고 투자한도 금액도 높이기로 했지만 시장질서 확립의 충분한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장 신속한 투자자 손실 대응책 마련이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