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골프 회동과 12·12 자축 호화 오찬으로 논란이 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 추징을 위한 과세당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1997년 대법원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 등 혐의에 대해 전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한 이후 현재까지도 미납된 추징금 1050억 원을 징수하기 위해 전두환 일가를 상대로 ‘고강도’ 세무조사에 돌입한 것이다.
5일 사정 기관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요원들을 서울 종로구에 소재한 성강문화재단에 투입, 몇 달간의 일정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성강문화재단은 전 전 대통령의 장인이자 군인 출신인 이규동 씨가 장학사업 명목으로 설립한 재단으로, 현재는 전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하지만 성강문화재단은 긴 업력과 달리 애초 설립목적이었던 장학사업은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전두환의 비자금 창구’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또 성강문화재단의 이사진은 전두환 일가와 관련된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전재국 씨와 함께 한국미술연구소를 운영해 온 홍 모 씨, 전 씨 소유 회사인 음악세계의 전 대표 김모 씨, 그리고 전 씨가 설립한 프랜차이즈 고깃집 운영사인 실버밸리의 현 감사 장 모 씨 등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성강문화재단이 표면적으로는 공익재단 간판을 달고 있지만, 사실상 전두환 일가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례로 전 씨는 본인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지난 2016년부터 작년 말까지 수차례에 걸쳐 성강문화재단에서 40억 원가량을 빌려 간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금액이 흘러간 곳은 전 씨가 대주주로 있는 주식회사 리브로다.
결과적으로 성강문화재단은 전 씨가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자신의) 사업을 위한 자금 조달창구로 장학재단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성강문화재단에 대한 이번 세무조사는 전두환 일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김현준 국세청장이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두환)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 명으로 은닉한 재산까지 끝까지 추적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공언한 후 불과 1개월 만에 전 씨 일가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성강문화재단에 대한 세무조사는 다음 달 중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국세청 전 고위 관계자는 “전두환 골프 회동과 12·12 호화 오찬은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고, 기재위에서도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면 이번 세무조사는 강도 높게 진행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외형이 200억 미만인 공익재단을 상대로 대법인만을 조사하는 서울국세청 조사1국이 투입됐고, 조사 기간도 상대적으로 긴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