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수처 설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7000여 명과 그 가족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 대통령과 대통령 친인척, 국회의원, 고위직 공무원, 검사와 판사, 경무관 이상 경찰 간부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의 범죄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직접 기소권과 공소유지권을 갖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만들어진 이후 65년 동안 이어진 검찰의 ‘기소독점’ 구조가 처음으로 깨지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이런 고위공직자의 범죄에 대한 수사는 검찰이 주로 맡아왔다. 이렇다 보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처럼 전∙현직 검사를 대상으로 하는 사건의 경우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검찰 등 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하게 되면 그 사실을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했다. 아울러 공수처가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했는지 들여다볼 수도 있도록 해 검찰에 대한 감시ㆍ견제 기능도 함께 갖도록 했다.
공수처 조직은 각 1명인 처장과 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으로 구성된다. 공수처장은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가 추천한 2명 중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판사ㆍ검사ㆍ변호사 15년 이상 경력자가 추천 대상이다. 공수처 차장은 판사ㆍ검사ㆍ변호사 10년 이상 경력자 중 처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수처 검사는 변호사 10년 이상 경력자 중 재판, 수사, 조사업무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으면 된다.
다만 법안이 통과됐음에도 자유한국당 등 야당과 검찰 등의 문제제기는 여전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청와대가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공수처장으로 세워 정치적 도구로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충분한 절차를 마련했다고 항변한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는 총 7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2명은 야당 몫으로 돼 있다. 최종 후보가 되려면 7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야당이 반대하는 어떤 인사도 후보 추천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이다.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를 거친 수정안에 공직자 범죄 정보를 공수처에 즉시 통보하도록 한 조항이 추가된 것과 관련해서도 검찰과 야당은 ‘독소조항’이라며 반발한다. 검찰이 상급기관도 아닌 공수처에 수사 내용을 보고하도록 한 것이 정부 조직 체계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이 조항이 오히려 원안의 무제한적 이첩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다른 수사기관이 충분히 수사해 기소단계에 이른 사건도 공수처에 이첩하는 상황이 생겨 수사의 혼란과 피의자의 인권침해가 생길 수 있다”며 “조기에 각 사건을 누가 관할할지 결정하라는 조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