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은 지금 집값의 문제가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부 탓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빚내서 집 사라’는 부동산부채주도 성장의 결과라는 것이다. 번짓수를 잘못 짚었다. 서울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것은 30여 차례의 규제대책을 쏟아냈던 노무현 정부 시절로 5년간 상승률 56.1%(KB국민은행 아파트매매가격지수)였다.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이곳저곳 혁신도시를 건설하면서 풀린 수십조 원의 토지보상금이 불을 질렀다. 이명박 정부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규제 완화,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통한 ‘반값 아파트’ 공급으로 시장이 안정됐다. 이 기간인 2008~2012년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2.7%였고, 규제를 계속 푼 박근혜 정부 4년간(2013년 1월∼2017년 5월)의 변동률도 10.2%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서울 집값 올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신 분이 박 시장이다. 2012년 취임 이래 택지 확보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를 막고 아파트 층고 제한을 줄곧 고집하면서, 재건축·재개발을 억눌렀다. 작년에는 여의도·용산 통개발 발언으로 시장 과열을 부추겼다. 자신의 책임은 감추고 남 탓하기 바쁘다. 무능의 자인(自認)이다. 차기 대통령 선거의 잠룡인 그가 이슈를 생산해 존재감을 높이려는 정치적 계산이라 해도 지나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본색이다.
박 시장은 ‘토지공개념’의 헌법정신을 내세운다. 시장에 무지하면서 부동산 정책을 이념의 도구로 삼는 사람들에게 토지공개념은 전가의 보도다. 그러나 이 말은 우리 헌법 어디에도 없다. 그들은 헌법 23조의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해야 한다’와, 122조 ‘국가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든다. 하지만 23조도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는 원칙을 전제했고, 37조에서 ‘공공복리를 위해 국민기본권을 법률로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토지공개념이든 국민공유제든, 또 해묵은 ‘지대론(地代論)’이다. 19세기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토지개혁론이 그것이다. 헨리 조지는 1879년의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빈곤의 원인은 천부(天賦)의 공동재산인 토지의 사유에 있고, 그 지대가 지주의 불로소득이 되면서 모든 경제적 악(惡)이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대는 몽땅 세금으로 환수하고 다른 세금은 폐지하는 ‘토지단일세’를 역설했다. 혁명적이었지만 공허했다. 토지국유화의 공산(共産) 논리에도 불구하고 카를 마르크스조차 “잉여가치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한심한 이론”이라고 무시했다.
오랜 세월 그의 이론은 무덤 속에 묻혀 있었다. 시대를 거꾸로 간 농경사회적 발상인 데다, 시장의 복잡다단한 변수와 상황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각종 경제현상에 대한 통찰이 결여된 까닭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의 부박(浮薄)한 이념이 이 허황된 이설(異說)을 되살린다. 무엇보다 토지공개념을 내세우는 사람들 지대론을 제대로 공부한 것 같지 않다. 헨리 조지도 확장성 없는 토지와 달리, 주택은 인위적인 공급탄력성을 갖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고 세금이 주택을 줄인다고 했다. 지금 경제이론도 지대 발생은 규제에 의한 공급억제나 경쟁제한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을 올릴 대로 올려놓고 가능하지도 않은 ‘부동산 사회주의’로까지 나가고 있다.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의 가격 형성과 자유거래, 부가가치 높은 방법으로 자산을 개발할 권리를 갖는 사유재산권과 이윤추구 동기를 차단하려 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 시장경제의 근본에 대한 부정이다. kunny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