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미국에서 주요 업종 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요즘 미국 경제는 어느 때보다 잘나간다. 실업률은 5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완전 고용 상태이고, 주식 시장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미국 경제 호황이 누구보다 반가운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제조업에서 6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다우지수가 50% 상승했다”면서 경제성과를 부각시키는데 여념이 없다.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감세와 규제 완화를 추진한 덕에 얻은 결과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자동차, 철강, 에너지, 석탄 등 4개 산업의 성적은 초라한 수준이라고 닛케이가 분석했다. 2019년 7~9월 4개 업종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제조업 부진으로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4개 주에서 철강, 자동차, 기계 등 제조업의 고용자 수는 올해 약 5만 명 감소했다. 특정업종을 밀어주는 보호 정책을 펴온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구체적으로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해 2018년 3월 해외 수입품에 25% 관세까지 부과했지만 2019년 자동차 및 건설 수요 침체로 시세가 급락하며 2분기 연속 이익이 감소했다. 철강 산업 고용자 수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기업인 US스틸은 올 여름 200명을 해고했다.
트럼프는 취임 초 자동차 및 부품의 관세 철폐를 담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강수를 뒀지만 자동차 산업의 고용은 올 1월 이후 급감했다. 신차 시장 침체로 1~10월 국내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경기 침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장 3곳을 폐쇄했다.
에너지 및 석탄 산업은 파이프라인 건설 추진이나 화력 발전소 배기가스 규제 완화로 힘을 받았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하면서 광산 폐쇄가 잇따랐다. 그 결과 에너지 산업은 7~9월 무려 90% 이익 감소가 나타났고 석탄은 최종 적자에 빠졌다.
게리 피사노 하버드대 교수는 “보호정책을 통해 고용자 수를 늘리려고 해도 미국 제조업 부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서 “자동차와 철강은 환경 기술과 고(高)부가가치 제품 창출 등 국제 경쟁력 향상이 늦다. 석탄도 비싸고 가격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이나 자동차 산업의 부활을 목표로 한 트럼프의 의도와 달리, 미국 경제의 호황을 이끈 일등공신은 보호정책과는 무관한 정보기술(IT)과 금융업이다. 미국 고용확대와 주가 상승에도 두 업종의 공헌이 컸다.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등 첨단 기술산업의 고용자 수는 9월 말 현재 약 68만 명으로 2016년 말 이래 3년간 9만5000명 증가했다. 증가율은 16%로 주요 업종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이들 기업의 올해 1~9월 순이익 합계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해, 철강과 자동차 등 트럼프가 지원하는 4개 업종의 7배에 달했다.
금융업도 개인대출과 시장 부문 수익 증가로 미국 주요 8개 은행의 올 순이익 합계가 금융위기 이전 최고치에서 40% 가까이 웃돌 전망이다. 금융 부문 고용은 2016년 말부터 약 15만5000명 증가해 전체 산업에서 가장 큰 성장을 보였다.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것도 이들 첨단 기술산업이다. 이들 주가는 2016년 말에서 95% 상승했고 다우지수의 45% 상승을 크게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