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015년 박근혜 정부의 한ㆍ일 위안부 문제 합의는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놨다.
헌재는 27일 오후 2시 강일출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31명이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발표가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각하 결정했다. 각하는 본안 판단 전 소송 당사자가 재판을 청구할 자격이 없을 때 내리는 처분이다. 헌재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3년 9개월여 만에 이러한 결정을 내놨다.
헌재는 "해당 합의는 정치적 합의이며 이에 대한 다양한 평가도 정치의 영역"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인 조약이 서면의 형식으로 체결되는 것과 달리 한ㆍ일 위안부 합의는 구두로 이뤄졌다"며 "국무회의 심의, 국회 동의 등 헌법상의 조약체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봤다. 합의를 통해 양국에 구체적인 권리와 의무가 생겼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는 일본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며 위안부 문제를 합의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인정하고, 우리 정부가 설립하는 위안부 피해자지원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 엔(106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합의서엔 우리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다시는 문제 삼지 않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016년 3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대리해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지난해 6월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며 심판 청구를 각하해달라는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민변 이동준 변호사는 "수년의 기다림에 대해 부적합하다 해서 내린 각하 결정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며 "어르신들이 받았던 상처를 어루만질 기회가 될 수 있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합의가 조약의 형식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로 이해했다"며 "(정부의) 합의와 발표가 피해자의 청구권을 소멸시킨 것도 아니고, 조약에도 이르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한 부분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