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새해에 계속될 서초동發 ‘잔혹사’

입력 2019-12-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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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庚子年) 새해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인터넷을 통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경자년 운세. 쥐띠생에게 내년은 번영의 해로 승진이나 승급을 기대할 수 있다. 잔병치레를 걱정할 일도 적고 생각지 못한 성과를 올리는 등 일이 잘 풀릴 가능성이 크다. 금전적인 이득을 얻을 수도 있다.

새해는 우두머리 쥐인 ‘흰쥐의 해’다. 흰쥐는 매우 지혜로워 사물의 본질을 꿰뚫고, 생존 적응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쥐띠생에게는 최고의 해라고 한다.

새해를 맞이하는 벅찬 기분을 느끼는 사람이 어디 쥐띠생뿐이겠나. 새로운 시작은 누구에게나 설렌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과거 정부에 대한 사정(司正)은 그저 예삿일이다. 하지만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된 검찰의 수사가 2년 넘게 지속된 정권은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반기에 들어섰지만 서초동의 매서운 칼바람은 잠잠해질 기미가 없다. 통합과 화합은 이번 정부에선 어색한 단어가 됐다.

새해를 맞는 서초동의 공기는 무겁다.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칼을 뽑은 윤석열의 검찰은 ‘임전무퇴’의 비장함이 엿보인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 우군은 없다.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이 조직의 근간인 ‘검사동일체’를 뜨겁게 달궜다.

검찰 ‘마이웨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사건을 기점으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 크게 세 갈래로 뻗어있다.

여기에 조 전 장관은 두 가지 의혹에 연루됐다.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문재인 대통령의 간택을 받았던 조 전 장관이 이제는 아킬레스건이 됐다.

최근 법원이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가 소명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조 전 장관은 코너에 몰리게 됐다.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덕(?)에 구속을 면했지만, 검찰 수사가 무리하지 않았다는 영장전담 판사의 1차적인 판단은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 상대적으로 청와대의 부담은 커졌다.

검찰은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를 두고 법원과 정면충돌했다. 법원이 공소장 변경을 불허하자 검찰이 한 사건을 가지고 두 번을 기소하는, 다시 말해 각각 재판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정 교수 사건 재판부와 검사들이 법정에서 언성을 높이며 말싸움을 하는 보기 드문 일도 있었다. 법정에 우르르 몰려간 검사들, 여기서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다시 등장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더 필요하다.

9월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선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밤늦도록 진행됐다. 자정을 기해 인사청문회가 종료된 지 수분 후 서울중앙지검은 “오후 10시 50분 동양대학교 A 교수에 대해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때의 기소는 피의자에 대한 통상의 소환조사 절차도 없이 쫓기듯 이뤄졌다. 7년의 공소시효 만료를 몇 시간 앞둔 상황에서 윤 총장은 ‘결단’을 내렸다. 여권은 “왜 하필 지금인가”라며 이를 정치적인 행위로 규정해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사실 ‘타이밍’을 놓고 보자면 전후가 바뀌었다. 검찰이 기소 결정을 미리 해놓은 상태에서 청문회 일정이 파행 끝에 뒤늦게 6일로 정해졌다.

결과론적으로 검찰은 재판부의 공소장 변경 불허로 수세에 몰렸다. 9월 검찰의 첫 공소사실이 수사를 통해 파악한 실체(11월 추가 기소 공소사실)와 차이가 있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9월 첫 기소 사건에서 공소기각이나 무죄가 나오면 윤 총장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인사청문회가 열린 날 기소를 한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경우에 따라 ‘검찰총장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전체적인 맥락을 머릿속에 두고 일련의 상황을 바라보면 납득하기 쉽다.

한두 달 안에 끝날 일이 아니다. 적폐수사도 아직 진행형이다. 피로감이 쌓였다. 민생에 더 집중하는 국민의 검찰, 언제쯤 가능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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