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근 후배 검사들에게 ‘흔들림 없는 수사’를 주문했다. 청와대 하명수사ㆍ선거개입 의혹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로 인해 거세지는 외풍에 ‘원칙론’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윤 총장은 20일 서울중앙지검 2차장 산하 부장검사들과 오찬 자리에서 “의연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밤샘수사 등 과거 검찰 수사 방식이 지금과 크게 달라져 (밖에서 보기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지금도 당연하게 하는 수사 활동이 먼 훗날 어떻게 평가될지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2차장 산하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압수수색한 날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6일 자유한국당이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을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울산지검에서 넘겨받아 공공수사2부에 배당했다. 여기에는 “직접 챙기고 책임도 지겠다”는 윤 총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본격적으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을 파헤치면서 청와대가 지난 지방선거와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다. 공공수사2부는 18일 국무총리비서실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첩보 생산 경위 파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현 정권을 정조준한 만큼 윤 총장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시장 사건 재수사를 위해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추진하려다 20일 보류하는 등 검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1일 ‘하명수사’ 의혹 관련 참고인 신분이었던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 출신 검찰 수사관의 극단적인 선택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윤 총장의 이날 발언은 평소 후배 검사들에게 자주 던지는 “흔들리지 말고 원칙대로 수사하라”는 메시지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정권의 눈치를 보지 말라며 수사팀에 힘을 실어 준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은 원래 외풍을 막아주는 자리”라는 말도 자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가족비리 의혹,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하명 수사 의혹 등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시기 불거진 사안들을 적극 수사하고 있다. 동부지검은 역대 네 번째로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