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비핵화 해법을 찾자는 입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히며 북미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일본, 중국을 방문하고 20일(현지시간) 귀국한 비건 지명자는 워싱턴DC 인근 델레스 국제공항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이 같은 뉘앙스로 말했다.
비건 지명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다가 공항 청사를 빠져나온 뒤 차량에 탑승하기 직전 뜸을 들이며 "이게 내 메시지다. 여러분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가 되라는 것"이며 "여러분은 내가 한국에서 한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발언은 유효하다"고 언급했다.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를 맡고 있는 비건 지명자는 15일 한국, 일본, 중국을 차례로 방문했다.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의 시한으로 제시한 다가오면서 도발 엄포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비건 지명자의 '한국에서 한 말'은 북한이 협상테이블로 나와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주문을 재확인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15일 "일을 할 때이고 완수하자"며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북한)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를 안다"고 북한 측에 만남을 제안하기도 했다.
비건 지명자의 한중일 방문은 비핵화 문제를 둘러싸고 이들 3국과 협력·조율하는 것 외에 북한과 만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당초 비건 지명자가 한국과 일본만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19일 중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끝내 북한과 접촉했다는 소식은 없었다.
비건 지명자는 '베이징에서 북한 대표단을 만났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번 한중일 방문과 북한에 관련한 각종 질문에는 "미안하다. 오늘은 아무 언급도 하지 않겠다", "오늘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메시지가 없다"고 대답했다.
비건 지명자의 '메리 크리스마스' 발언을 두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거론하며 도발 가능성을 경고한 북한에 대해 도발해선 안 된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비건 지명자의 국무부 부장관 인준안은 전날 상원을 통과했으며 대북 특별대표 직함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