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공화당은 전날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했음에도 민주당이 소추안 제출 시기를 밝히지 않는 데 대해 맹공을 펼쳤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어떻게 하원의장과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탄핵소추안을 보류하고 그것을 보내지 않는 것이 그들에게 레버리지(지렛대)를 준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은 소추안 제출 시기를 밝히지 않는 민주당을 규탄하면서 소추안을 재빨리 상원에 넘길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탄핵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절차의 윤곽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소추안이 넘어오면 신속히 탄핵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공화당의 방침과 소추안 제출을 미룬 채 탄핵 심리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민주당의 계획이 맞부딪히면서 두 진영의 팽팽한 기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화당 내 ‘친(親)트럼프’ 중진이자 상원 법사위원장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 역시 하원을 통과한 탄핵안을 상원으로 보내지 않는 것은 ‘헌법적 강탈(extortion)’이라며, “그들이 하려는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고 규탄했다. 같은 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도 펠로시 의장을 향해 “그것(탄핵소추안)을 (상원에) 보내지 않음으로써 패배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아울러 공화당은 전날 하원의 탄핵 표결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매코널 대표는 연설에서 “하원의 전날 표결은 중립적인 판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당파적 운동의 미리 정해진 결말”이라며 “현대 역사상 가장 서두른, 가장 철저하지 않은, 가장 불공정한 탄핵 조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공정성 보장을 위해 먼저 상원에서 탄핵 심판 절차의 윤곽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원에서 민주당이 수적 열세에 있는 만큼 효과적인 탄핵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상원이 계획하는 탄핵 심판 절차의 윤곽을 보여줄 때까지 탄핵 소추위원들을 지명하지 않고 기다릴 것이라며 “공정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탄핵 추진을 매도하고 있다며 “매코널은 공정한 재판을 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한다”고 맞받아쳤다. 민주당의 데니 헥 의원은 소추위원 선정을 농구 경기에 출전할 선수를 선발하는 코치에 비유하면서 “아직 기본 규칙을 모르는데 어떻게 인원을 뽑을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날 미 하원은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등 두 가지 탄핵 혐의를 모두 가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하원의 탄핵을 받은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하원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상원은 크리스마스 휴회가 끝난 내년 1월 초쯤 탄핵 심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하원과는 달리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탄핵소추안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크다.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무소속 2석 등 ‘여대야소(與大野小)’의 형국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