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9일 보험사 대표들과 만나 "실손의료보험 등 과거에 잘못 설계된 상품으로 부담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손해율을 줄일 수 있도록 자구노력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자동차보험료는 3.9%, 실손의료보험은 10% 안팎의 인상 폭이 결정되면서 업계 요구안이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은 위원장과 생·손보사 대표, 보험협회장, 금융감독원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은 위원장은 이날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과 관련해 “실손보험 구조개편과 비급여 관리 강화를 관계부처 등과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고 자동차보험 등 보험금 누수를 유발하는 제도들도 지속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보험사 위험 관리와 보험부채 시가평가(IFRS 17) 도입 대비 등을 주문했다.
동시에 보험사 책임론을 강조하는 발언도 잇따라 내놨다. 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실손의료보험 등 과거 잘못 설계된 보험상품들이 지금까지 보험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집어 말하기도 했다.
또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보험사가) 단순하게 손해가 발생해서 가입자보고 돈 내라고 하는 건 온당찮다”며 “이에 보험업계도 생각을 같이하고 자구노력과 제도개선 등을 통해 (손해를) 흡수할 건 흡수해야 한다. 보험가입자가 다 부담하라고 하면 온 국민이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이날 은 위원장에게 실손보험 손해율 관리를 위해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을 막아야 한다고 건의했다. 또 사업비와 모집수수료 체계 개편방안을 조속히 추진하고, 보험사 예금보험료 지속 인상을 막기 위한 예보로 제도개선도 건의했다.
이날 오전 손해보험업계는 금융당국과 자동차보험료 3.5~3.9%, 실손보험 10% 안팎 인상안을 협의했다. 자동차보험료는 애초 업계가 요구한 5%에서 제도 개선에 따른 보험료 인하 효과 1.2%를 제외한 수치다. 실손보험료는 애초 15% 이상 인상을 주장했지만, 금융당국은 소비자 부담을 이유로 반대의견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은 위원장과 보험사 대표 모두 첫 만남임에도 산적한 보험업계 현안 앞에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보험사 간담회 시작 전 미리 도착해있던 생손보사 대표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소 굳은 표정으로 은 위원장을 기다렸다. 평소와 달리 정시에 도착한 은 위원장은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곧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는 예정된 회의시간을 넘겨 약 두 시간 가량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