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핵심공약 가운데 하나인 농정 틀 전환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핵심 사업인 공익형 직불제의 내년 예산은 늘었지만 정작 관련법 통과는 미뤄지고 있다.
이달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된 농림축산식품부의 내년 예산은 15조7743억 원이다. 정부안이었던 15조2990억 원에서는 4753억 원 늘었고, 올해 예산 14조6596억 원보다는 1조1147억 원, 7.6% 증액된 수준이다.
특히 내년 주요하게 추진할 공익형 직불제 재원은 정부안 2조2000억 원보다 2000억 원이 늘어 2조4000억 원 예산이 확정됐다. 공익형 직불제는 쌀 고정·밭농업·조건불리·친환경·경관보전 등 현행 5개 직불제를 ‘공익기능증진직불’로 통합 편성하는 내용이다.
농가소득 보전을 위한 기존 직불제가 쌀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고, 대형 농가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중소농과 다양한 농작물에 대한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직불금 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익형 직불제가 내년에 지급돼야 한다”며 “내년 예산도 충분히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비교적 공감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관련법인 ‘농업소득보전에 관한 법률(농업소득보전법)’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함께 처리되지 못했다. 당장 올해 안에 처리되는 것도 불투명해 직불제 개편에 따른 준비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장관도 공익형 직불제의 구체적인 시일과 작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틀이 만들어져야 그 안에 뭘 넣을지 만들 수 있는데, 지금은 내놓기 어렵다”며 “지금까지 농가에 대한 기본 데이터는 많이 준비해 왔고, 농민단체, 전문가들과 함께 합의를 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된 공익형 직불제 법안이 연내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농정 핵심 공약인 만큼 공익형 직불제 예산이 예산부수법으로 지정됐고, 야당도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어 연내 처리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