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기습적인 필리버스터에 13일 국회 본회의는 결국 열리지 못했다. 공직선거법을 비롯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본회의 상정도 결국 무산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7시 30분께 한민수 국회대변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오늘 본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개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오늘 오전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합의한 내용이 이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자유한국당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실시하지 않기로 한 민생 법안에 대해 명시적으로 무제한 토론 신청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교섭단체는 이날 오전 회동에서 오후 3시 본회의를 개의해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 예산부수법안, 민생 법안, 패스트트랙 법안 등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본회의 첫 번째 안건인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해 여야간 신경전이 벌어졌고, 결국 본회의 개의가 무산됐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명시적으로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안 하겠다'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선거법을 포함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일괄 상정하고 17일께 선거법 표결을 진행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본회의 불발로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일인 17일까지 선거법을 처리하는 건 사실상 어려워졌다.
민주당은 선거법을 조기 처리하기 위해 본회의를 가능한 한 빨리 열 예정이다. 또 한국당이 선거법에 대한 협상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고,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차원에서 선거법 개정안 합의를 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국당은 14일 장외집회 등을 통해 반대 여론을 결집하고, 필리버스터 등을 통해 패스트트랙 법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국회 로텐더홀 농성장에서 "회기 결정 안건도 분명히 필리버스터 대상"이라며 "오늘 본회의를 무산시킨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과 국회의장 측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