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버랜드 ‘노동조합 와해 공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손동환 부장판사)는 13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강 부사장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에버랜드 이모 전 인사지원실장과 노조대응 상황실 김모 씨는 징역 10개월, 어용노조 위원장 임모 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관련자들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비노조 경영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에버랜드에 상황실을 설립하고, 노조 설립을 시도한 근로자를 감시하면서 사생활 기밀을 빼내고, 징계 사유를 억지로 찾아내 징계했다”며 “또 이들을 회사에서 내쫓으려 하거나 급여를 깎아 경제적 압박 가하고, 사측에 협조하는 노조를 대표 노조로 삼아 적대적 노조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적대적 노조 활동을 한 근로자들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다 회사로부터 적대시되고 인권을 존중받지 못했다”며 노동자 계급의 비극을 보여주려 쓴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장편 소설 '어려운 시절' 속 등장인물을 피고인들에 빗대 비판했다.
아울러 “다른 근로자들이 노조 활동을 하는 데 두려움을 갖게 하는 것은 건강한 노사 관계의 발전을 막는다”고 판시했다.
강 부사장 등은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마련한 노사전략을 토대로 어용노조를 설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금속노조 삼성지회 에버랜드 노조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복수노조 제도 시행 전 어용노조를 설립한 뒤 단체협약을 체결해 에버랜드 노조가 단체협약 교섭 요구를 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이들은 2011년 7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 노조 조합원을 지속적으로 미행하고 감시하면서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한 혐의도 있다. 이를 통해 노조 간부 2명을 순차적으로 징계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