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 주가가 상장 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치면서 한때 시가총액이 2조 달러(약 2343조 원)를 돌파했다. 이는 사우디 국내의 강력한 수요가 반영된 것이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기존 시가총액 1위였던 미국 애플을 대폭 웃도는 기업가치에 의문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1조7100억 달러였지만, 11일 거래 첫날 장 종료 시에는 1조8800억 달러로 불어있었다. 그리고 다시 이날 2조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살리 일마즈 애널리스트는 “3.9%의 배당 수익률과 4.3%의 잉여현금흐름(FCF) 수익률이 다른 나라의 동종 업체를 크게 밑돌고 있어 상당히 고평가돼 거래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르캄캐피털의 리타 귄디와 잡 메이저 애널리스트는 아람코의 목표 주가를 39.20달러로, 투자 의견은 ‘매수’로 제안했다.
그러나 이런 상승 배경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사우디 정부가 자국 내 자산가들에게 고가로 주식을 매입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며 ‘관제증시’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 정부가 아람코의 ‘블록버스터급’ 기업공개(IPO)를 성공시키기 위해 막판까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애초 목표로 한 ‘기업가치 2조 달러’ 달성을 위해 기관과 왕족들을 닦달했다고 보도했다. 공공연금청(PPA),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에 아람코 주식 매입을 지시했고, 2017년 부정부패 혐의로 호텔에 감금됐던 왕족과 부호들에게도 주식 매입 압박을 넣었다고 한다.
시장 관계자들은 “주가를 띄우려는 정부 주도의 관제증시”라며 지금까지 최고였던 애플의 시가총액을 크게 웃도는 2조 달러가 넘는 아람코의 기업가치에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