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중단 13일 만에 국회 로텐홀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리더십 논란'이 고개를 들 때마다 황 대표가 행동에 나서면서 그의 선택이 당내 인적 쇄신 잡음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황 대표의 이러한 결단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략 실패에 따른 책임의 칼끝이 원내지도부를 넘어 황 대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11일 저녁부터 이틀째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한국당 의원들과 무기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황 대표는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고 수염은 깎지 않은 채 한국당 의원들과 본회의장 앞을 지켰다. 로텐더홀 바닥에는 붉은색 글씨로 '나를 밟고 가라'는 문구가 새겨진 대형 현수막이 깔렸다.
황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선거법 개정안의 일방 처리를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비상한 각오로 막아내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패스트트랙 법안 관련 세미나에서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은 좌파독재를 완성하려는 불법 법안"이라며 "'4+1'이라는 엉터리 불법 조직을 통해 날치기 처리를 시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의 이번 농성은 사실상 청와대 앞 단식 투쟁의 다른 버전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황 대표의 투쟁은 결과적으로 얻은 게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초 한국당에 입당할 당시 황 대표는 공안 검사 출신에 공무원 이미지가 짙었다. 야권에선 이런 황 대표를 놓고 제1야당에 맞는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단식과 농성을 거쳐 '투쟁하는 야당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 중이라는 풀이다. 그동안 당 안팎에서 '황제(황교안 제왕적) 리더십'이라는 비유로 불만이 고조됐지만, 황 대표가 '맞는 방향을 찾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황 대표가 욕심을 내려놓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한 것 같다. 그런 리더십도 꽤 괜찮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도 지난달 27일 MBC 라디오에서 “황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며 당내 분란이 일거에 없어졌다. 쇄신 요구가 싹 들어갔다. 당내 장악이 딱 됐다”며 “강하게 나올 때는 당내에서 누구도 말을 못 한다”고 주장하며 잘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황 대표의 투쟁 이미지가 먹히고 있단 분석이다.
반면 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위한 묘수를 찾지 못했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지난 4월 막 오른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것이다. '싸울 줄 안다'는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취임 하루 만에 여야 ‘4+1’ 협의체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국회 강행 처리를 막아내지 못했다.
한국당의 한 초선 의원은 "패스트트랙 법안은 원내 지도부의 몫이라며 손 놓고 오다가 이제 와서 대표가 나선 꼴" 이라며 "이러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도 손 놓고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원은 "황 대표나 심 원내대표나 의원들의 공감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면서 "예산안 합의처리에 실패했고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저지도 장담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무기한 농성이 의미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