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설립 이래 최대 위기...미국 반대에 결국 위원 선임 불발

입력 2019-12-1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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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부터 상소 기구 기능 정지…WTO “고위급 협의서 대책 찾겠다”

▲스위스 제네바에있는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제네바/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 제네바에있는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제네바/로이터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 24년 만에 분쟁 해결의 최종심 격인 상소 기구의 기능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당장 11일부터 WTO 상소 기구는 심리를 진행할 수 없게 된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상소 기구 기능 정지를 불과 몇 시간 앞둔 10일(현지시간) 저녁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TO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WTO는 내일(11일)부터 새로운 분쟁에 대해 심리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세계 무역분쟁의 대법원 역할을 해오던 WTO의 상소 기구는 재판관 역할을 하는 상임위원 7명으로 구성된다. 재판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명은 있어야 한다. WTO 규정상 상소 위원 3명이 무역 분쟁 한 건을 심리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이 신규 위원 임명을 지속해서 거부하면서 상소 위원이 3명까지 줄어들었는데, 이 중 2명의 임기가 10일 종료된 것이다. 즉 11일 0시부터는 위원이 1명뿐이라 상소 기구는 정족수 부족으로 더는 심리를 진행할 수 없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WTO도 지난 9일부터 사흘간 164개 회원국이 모여 일반 이사회를 열고, 꺼져가는 상소 기구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해결책 모색에 집중해왔다. WTO는 현재 상소 기구에 계류된 무역분쟁 가운데 심리 절차가 개시된 3건만이라도 결론을 낼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의 반대로 이마저도 없던 일이 됐다. 회의도 계획된 일정보다 하루 앞당겨 종료됐다.

이처럼 일반 이사회에서도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실패하면서 WTO는 설립 이래 ‘상소 기구 부재’라는 최대 위기에 맞닥뜨리게 됐다. WTO는 고위급 협의를 통해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일부 회원국들이 상소 기구 부재에 따른 중간 해결책을 찾고 있다”라며 “향후 회원국 대사들이 참석하는 고위급 협의에서 대책을 찾을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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