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정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약 27만 명의 택시업계 종사자와 그 가족을 합친 100만 명의 표심에 눈치를 본 것이다. 이에 대해 ‘타다’를 운영하는 이재웅 쏘카 대표는 “타다 금지법은 150만 타다 이용자의 편익과 1만 명의 타다 드라이버, 수백 명 직원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역부족이다. 실제 표로 연결되는 것이 택시업계가 더 크기 때문이다.
‘타다 금지법’과 관련해 영국의 ‘붉은 깃발법’이라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다. 영국이 가장 먼저 증기자동차를 출시하며 자동차 산업에 앞서나갔지만 ‘붉은 깃발법’으로 규제되면서 결국 독일과 미국에 뒤처졌고 지금까지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붉은 깃발법’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인 1865년 자동차의 등장으로 기득권인 마차 사업과 마부들의 일자리를 지키고자 시행했다. 자동차의 최고속도를 시속 3㎞(도심)로 제한하고 마차가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 자동차는 그 뒤를 따라가도록 하는 법안으로 결국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 의욕을 떨어뜨려 자동차 산업이 쇠퇴하게 됐다.
물론 ‘타다 금지법’을 영국의 ‘붉은 깃발법’과 비교하기에는 산업 특성이나 여러 가지 제반 요소에서 비약이라는 주장이 있다. 정부는 그동안 혁신 성장을 외치면서도 영세사업 보호에 많은 신경을 써 왔다. 택시업계도 영세사업이다. 하지만 몇몇 사업주의 배만 불리고 택시 종사자들이 사납금 압박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무작정 영세사업이라고 보호하기엔 문제가 많다.
그동안 택시 요금 인상 때마다 택시 서비스 개선이 도마 위에 오를 정도로 국민의 불만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택시업계는 새로 태어나는 심정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여전히 택시 서비스에 불만족을 나타내는 국민이 많다. 필자도 자주 택시를 이용하는 편인데, 여의도에서 인천 집까지 가는 데 요금 차이가 많게는 만 원이나 난다. 택시를 탈 때마다 비슷한 시간에 같은 거리를 가는데도 요금은 들쑥날쑥하다. 실수로 핸드폰을 두고 내린 적도 많다. 내린 지 5분도 채 안 돼 가족 핸드폰으로 연락하면 안 받는 경우가 태반이고, 받더라도 5만 원 정도의 비용을 요구한다. 카카오택시가 없을 때는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카카오택시 이용 후에는 5만 원의 비용을 주고 다시 찾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번은 인천택시를 탔는데 현금으로 결제했다가 핸드폰을 두고 내린 적이 있다. 바로 전화했지만 며칠간 택시기사가 전화를 받지 않아 수소문 끝에 택시기사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핸드폰을 찾은 적이 있다. 당시 택시기사와 비용 문제로 언쟁을 벌이다가 ‘가까운 파출소에 맡겨 달라’고 했는데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파출소에 맡겨나 찾아간 적이 있다. 법적으로 택시기사는 유실물을 두고 내린 손님이 파출소에 맡겨 달라고 했을 때 맡기지 않으면 처벌을 받기 때문에 서울 손님을 태우고 왔다가 그곳에 맡긴 것이다.
베트남 등 동남아를 여행할 때마다 느낀 점은 차량 호출 서비스인 ‘그랩’이 잘 운영되면서 택시 회사들과 공존하는 모습에 부러운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개인택시는 논외로 하더라도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한 택시업계의 사주 이익을 위해 ‘타다 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타다’ 같은 ‘공유경제 기반 디지털 플랫폼’을 활성화하면서 택시기사를 우선해 고용할 수 있는 제도 개선으로 택시 종사자를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내년 총선의 표만 바라본 국회의 ‘타다 금지법’ 강행은 결국 우리 정치 수준만 보여 주는 것이다. 정부도 말로만 혁신 성장을 외칠 것이 아니라, 왜 ‘타다 금지법’이 필요한지 아니면 문제가 있는지 장기적 관점에서 견해를 나타내야 한다. 침묵이 결코 금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