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의 해외증권투자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3000억달러를 돌파했다. 2000억달러를 넘어선 이래 8분기만으로 1000억달러에서 2000억달러 돌파 기록(9분기)을 1분기 앞당긴 것이다. 반면, 투자 증가세는 올 1분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이래 2분기연속 증가세가 둔화됐다.
기관투자가란 자산운용사의 위탁 및 고유계정과 외국환은행, 보험사, 증권사 고유계정을 말한다.
종목별로 보면 주식은 960억7000만달러, 채권은 1741억7000만달러로 역시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국내 기관이 해외에서 발행한 코리안페이퍼(KP물)는 전분기보다 2억2000만달러 증가한 421억7000만달러로 전분기 감소(-4억2000만달러)에서 증가로 돌아섰다.
기관별로 보면 자산운용사는 1781억5000만달러, 보험사는 889억1000만달러, 종금사를 포함한 외국환은행은 250억1000만달러, 증권사는 203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역시 각각 역대 최고치다.
특히, 직전분기말(6월말) 잔액은 기존 2986억달러에서 3003억3000만달러로 상향 수정되면서 사상처음으로 3000억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2분기말 2143억6000만달러를 기록하며 2000억달러를 돌파한 이래 8분기만이다. 2000억달러 돌파는 2015년 1분기 1033억80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2017년 2분기 2143억6000만달러로 9분기가 걸렸었다.
기관투자가의 외화증권투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당시 보험회사에 적용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인 IFRS17 도입이 논의되면서 부터다. IFRS17 도입은 당초 2021년에서 2022년으로 1년 미뤄졌지만, 보험부채 평가 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는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보험사와 보험사의 위탁을 받은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해외투자가 늘었다.
아울러 2016년 6월 한은 기준금리가 연 1.25%로 역대 최저치까지 인하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시중금리가 워낙 낮다보니 보험사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제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로 인하된 직후인 그해 7월 평균 국고채 3년물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각각 1.218%와 1.401%를 기록해 역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었다.
김진희 한은 자본이동분석팀 과장은 “신회계기준 도입 등 논의를 전후로 해 2017년까지 급격히 늘었다”며 “다만 2018년 미국 연준(Fed) 등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 이슈로 주식과 채권시장이 위축되면서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주자의 해외투자 입장에서 차익거래 유인을 보면 미국도 금리인하에 나섰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달러 헤지비용도 높아졌다. 한은 금리인하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외화증권투자 증가폭은 올 1분기 200억1000만달러를 기록해 한은이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1분기 이후 분기기준 사상 최대 증가세를 보인 바 있다. 이후 올 2분기(147억9000만달러)와 3분기(120억8000만달러)엔 증가폭이 둔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