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1187원을 넘어서며 2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6거래일째 올라 9개월만에 가장 긴 상승세를 기록했다.
무역협상에 대한 불안감으로 역외시장부터 올랐다.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19거래일째 매도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장중엔 호주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기도 했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미중 무역협상 부진, MSCI 편입비율 조정에 따른 외국인 주식 매도, 국내 펀더멘털 부진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11월초 1157원대까지 급락세를 이끌었던 앞서간 심리의 조정과정이라는 것이다. 1190원 부근에선 상승세가 제한될 것이지만 1200원까지는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장중에는 1187.7원까지 올라 역시 10월17일 장중 기록했던 1187.8원 이래 가장 높았다. 1185.5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장중 1183.9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장중 변동폭은 3.8원에 그쳤다.
역외환율은 6거래일만에 상승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84.6/1185.0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2.8원 올랐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1180원이 무너지고 1154원까지 밀리는 과정에서 펀더멘털에 비해 앞서갔던 심리가 과했다는 인식 속에서 조정되는 과정이지 싶다. 미중 무역협상이 상당부문 지연되는 영향이 가장 크다. 여기에 MSCI 편입비율 변경에 따른 코스피시장에서의 외국인 리밸런싱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 수출이 12개월째 감소세를 보이는 등 펀더멘털 개선도 생각보다 빠르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심리적 조정에 이은 포지션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 이평선도 의미있게 120일선 위에 있다”며 “당분간 하방지지력은 강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1185원에서 1200원 내지 1180원에서 1195원 사이 등락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국인 주식 매도가 계속되면서 원·달러가 올랐다. 점심 무렵 한때 상승폭을 반납한 것은 호주 금리동결 영향 때문이다. 전반적으로는 위안화에도 연동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외국인 주식매도도 잦아들 것으로 보이지만 부담감도 있어 하방경직성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다만 당국은 연말환율을 1200원 위에서 끝내고 싶어하진 않을 것이다. 미중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역시 상단이 막히는 분위기다. 원·달러 역시 1190원 부근에서는 상승이 제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후 3시55분 현재 달러·엔은 0.4엔(0.37%) 하락한 109.13엔을, 유로·달러는 0.0033달러(0.30%) 상승한 1.1076달러를, 역외 달러·위안(CNH)은 0.0005위안(0%) 떨어진 7.0399위안을 기록 중이다. CNH는 장중 7.045위안까지 오르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7.85포인트(0.38%) 떨어진 2084.07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도 코스피시장에서 2706억2400만원어치를 매도했다. 이는 19거래일연속 순매도로 2015년 12월2일부터 2016년 1월5일까지 기록한 22거래일연속 순매도 이후 3년11개월만에 최장 순매도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