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세먼지를 줄이자며 국민들의 동참을 언론, 방송을 통해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도 “강한 약물과 긴급 처방, 수술 같은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인식하에 동참해 달라”며 ‘국민참여 10대 실천행동’을 마련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처음 제안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수도권과 인구 50만 이상 도시’에서 실시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를 넘겨받은 미세먼지특별위원회는 지난달 1일 ‘수도권 내 운행 차량’으로 대상을 대폭 축소했다.
다음 발표에서는 수도권을 지나는 차량 중에서도 수도권에 등록된 차에 한하는 것으로 대상이 더욱 줄었다. 단속 장비가 완벽히 갖춰지지 않은 점, 타지역 차량 단속에 대한 부담 등이 영향을 줬다.
그러다보니 단속 대상 차량 수도 확 줄었다. 전체 5등급 차량 중 단속 차량은 수도권 등록 5등급 차량 총 74만 9343대 중에서 저공해조치가 안된 차량은 56만1491대지만, 이 중 생계형 차량 21만29대와 딱 맞는 매연저감장치(DPF)가 개발되지 않은 차량 6만8805대를 빼고 나면 28만2657대만 단속 대상이다. 딱 절반만 단속하는 셈이다.
단속 근거가 될 미세먼지특별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라, 환경부와 서울ㆍ인천ㆍ경기도는 미세먼지법 개정을 전제로 1월까지 홍보를 거쳐 2020년 2월부터 단속을 시작하기로 했다.
또한 대폭적인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전력 수급 사정을 감안해 신축적으로 발전소를 가동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 비중이 2016년 30%에서 지난해 23.4%로 급락하는 바람에 같은 기간 석탄 발전 비중은 40.2%에서 42.3%로 되레 높아졌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역시 “올해는 시행하면서 문제점을 보강하고 함께 준비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며 준비가 부족함을 인정했다.
정부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통해 시행 첫해에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전년 대비 20% 이상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전의 5년간 35.8% 감축보다 더 강해졌다. 초미세먼지 ‘나쁨’ 수준이 42일에서 30일 이하로 줄어들고 하루 최고 초미세먼지 농도가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대책들이 강력한 만큼 국민을 향한 요구도 강력했지만 계절관리제 골격을 이루는 핵심 대책들이 축소되거나 미뤄지면서 ‘반쪽’으로만 시행된다.
속담 중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있다. 떠들썩한 소문이나 큰 기대에 비해 실속이 없거나 소문이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다.
정부가 1997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 처럼 국민들에게 실천하자는 운동이 성공하려면 뚜렷한 목표와 명확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희생해서 얼마만큼 좋아질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어야만 국민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