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호의 오! 마이 마켓] 늘어난 시간을 잡아라!

입력 2019-12-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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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전 한국유통학회장

누구에게나 하루가 24시간인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그런데 세금이 줄면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듯이 근로시간 단축이 진행된다면 가처분 시간이 증가한다. 자신의 의지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증가한다는 말이다. 최근 트렌드와 맞물리면 경제사회적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수조 원 규모 시장이 탄생할 수 있고 관련된 기업의 가치는 몇 배 확대될 수 있다. 제대로 판세를 읽는 소상공인도 성장률 2% 근방에 머물고 있는 시대에서 그나마 성장의 불씨를 지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대기업에서 근로시간 단축의 경험을 했던 소비자의 생활을 보면 사전에 가졌던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변화가 감지된다. 평균 매일 1시간 정도의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우선 개인적인 휴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사실 개인적인 휴식이라지만 노력과 돈을 쓰면서 적극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TV 시청, 인터넷 검색, 휴대전화 사용 등에 시간을 쓴다. 경제적 여유 부족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된 것이라 말할 수 있지만 혼족 트렌드와 맞물려 영어의 홈(home)과 합쳐 제법 큰 규모의 홈족이 탄생하고 있다. 핵심 주제는 값싸게 집에서 최고의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이어서 게임기 등의 기기, VOD와 넷플렉스 등의 서비스, 친한 이웃과 친구만을 초대하는 소모임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 전문 미디어 넷플렉스 가입자는 1년 만에 5배 증가하였고 집에 있는 배고픈 소비자들을 위한 배달앱과 가정용 술의 판매도 크게 늘어났다. 옷은 어떨까?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잠옷,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바지 및 홈웨어 등의 매출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늘어난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항상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가족 개념이 희미해지는 가운데 오히려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아이들 중심의 스포츠 체험 프로그램, 온 식구가 쇼핑할 수 있는 복합쇼핑몰, 아이들과 함께하는 공작 교실, 트래킹 코스, 프로 스포츠 경기장, 천문대, 공연장 등등이 대안이 될 것이다. 아이들 일이라면 소매를 걷어붙이고 뛰어드는 한국 부모도 즐거워야 한다. 아이들이 부담이 아니라 즐거움의 원천임을 느낄 수 있어야 지속가능한 시간 보내기가 된다. 가족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벌어지는 추수감사절, 어린이날, 성탄절 등은 이벤트에 어울리는 아이들의 옷과 음식으로 새롭게 주목받을 것이다.

여가활동도 증가할 것이지만 과거와 다른 점은 즐거움 및 자기만족에 충실한 여가활동을 체계적으로 찾고 계획한다는 점이다. 직업역량을 기르기 위한 자기계발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자기계발, 예를 들어 히말리야 등반을 위한 필라테스, 명품 옷을 입기 위한 피트니스, 창조의 즐거움을 얻기 위한 목공예, 해외여행을 위한 외국어 공부 등 생업과 무관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여가 활동이 새롭게 각광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위의 사례들은 단지 기존 라이프 스타일에서 일부의 활동이 강조된 형태라면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탄생을 기대해볼 만하다. 우리보다 앞서 근로시간 축소를 경험했던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노동 강도의 증가는 불가피해 보인다. 노동 강도가 늘지 않고서야 소득이 유지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직장에서의 치열함과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편안함과 여유로움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진다. 그래서 이제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휘게(hygge) 라이프 스타일이 본격적으로 한국에서도 유행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새로운 것보다는 소박한 것, 화려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 신나는 것보다는 느긋한 것에 대한 선택을 휘게라고 정의하며 이를 생활에서 실천하면 라이프 스타일이 된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에서 온 현상이므로 믿고 즐길 만한 것 같다.

휘게 레시피는 촛불 5개, 부드러운 담요 1장, 좋아하는 따뜻한 음료 1잔, 편안한 바지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2분 정도 등 매우 소박하다. 말이 그렇지 이런 미니멀리즘도 새로운 가구, 인테리어, 패션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카페, 책방, 자전거, 세탁소, 은행마저도 아늑함을 제공하도록 잘 정리되고 아늑한 집안 분위기를 그대로 연출한다. 늘어난 1시간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할 것이므로 예전과 마찬가지로 성공한 기업가는 미래를 보고 지금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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