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완공 앞둔 SK에너지 '친환경 오일' 생산설비…"하루 4만 배럴 생산"

입력 2019-12-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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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O2020 선제 대응 차원…조경목 사장 "동북아 지역 해상 연료유 사업 강자로 도약"

▲SK에너지가 약 1조 원을 투자해 건설하고 있는 VRDS 공사 현장.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에너지가 약 1조 원을 투자해 건설하고 있는 VRDS 공사 현장.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에너지의 유류 제품이 드나들었던 옛 부지 위에는 8층 높이의 철골 구조물들이 올라섰다.

1950년대부터 SK에너지의 운송 거점이었던 장생포선 철로가 이제 SK에너지를 비롯한 글로벌 정유업계의 새 시대를 준비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찾은 SK 울산CLX에서는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의 마지막 공정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인부들은 전체 공정에서 가장 크고, 핵심적인 설비인 반응기(Reactor)에 연관 공정을 연결하는 배관작업과 전기, 계기 철골 등 막바지 작업으로 분주했다.

VRDS란 고유황 중질유에서 황을 제거해 저유황 중질유로 바꾸는 고도화 설비다. VRDS의 핵심 설비인 반응기가 감압 잔사유에서 황 성분을 제거한다.

SK에너지가 VRDS 건설을 시작한 것은 2017년 11월이다. 약 1조 원을 투입해 SK 울산 CLX 내 2만5000평 부지에 짓기 시작했다.

총 건설 기간은 29개월. 설비를 연결하는 배관 길이는 총 240㎞다. 북한산 백운대 높이의 287배에 육박한다.

토목 공사를 위한 콘크리트 부피도 2만8000㎥에 이른다. 레미콘 4700대를 동원해야 운반할 수 있는 규모다. 전기, 계장 공사에 들어간 케이블 길이는 1100㎞로 서울~울산 거리의 3배이며, 설치된 장치들의 총 무게는 15톤(t) 관광버스 1867대 무게인 2만8000t에 달한다.

완공은 내년 1월 예정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VRDS 공정에 대한 특허를 가진 미국 회사에서 라이센스 비용을 지급하고 갖고 와 만들었다"며 "국내에서 상압잔사유(AR)로 탈황작업을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감압잔사유(VR)로 이 작업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사들에서 설비 추가 없이 저유황 오일을 만드는 경우는 있다"면서도 "이번처럼 저유황 오일만을 만들기 위한 설비를 짓는 것도 처음"이라고 밝혔다.

사업 초기에 VRDS 가동 효과 극대화를 위해 △엄격한 안전·보건·환경(SHE) 관리, △설계ㆍ구매ㆍ건설 기간 단축 △완벽한 품질관리 실행 등을 추진해 건설 기간을 3개월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생산은 내년 3월부터다. 이후 하루 4만 배럴의 저유황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번에 SK에너지가 VRDS를 설치한 것은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 선박용 연료유의 황 함량 규제 시작하는 데 따른 조처다.

소위 'IMO 2020'은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유에서 황이 차지하는 비율을 기존 3.5% 미만에서 0.5% 미만으로 강화한다. 해상에서 배출하는 황산화물(SOx) 배출량 저감을 위한 차원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안에 따라 기존 벙커씨(B-C)유 등 고유황 중질유에 대한 수요가 축소되고 저유황 중질유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한다.

PIRA, Facts Global 등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내년부터 규제 대상이 되는 선박용 고유황유 규모가 일 350만 배럴이라고 내다봤다. 이 중 약 56%인 일 200만 배럴이 저유황유나 선박용 경유로 대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VRDS는 고유황 중질유를 원료로 0.5% 저유황 중질유(Low Sulfur Fuel Oil), 선박용 경유(Marine Gas Oil) 등 하루 총 4만 배럴의 저유황유를 생산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황산화물 배출량은 톤당 기존 24.5㎏에서 3.5㎏으로 약 86% 줄어든다.

▲SK에너지가 약 1조 원을 투자해 건설하고 있는 VRDS 공사 현장.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에너지가 약 1조 원을 투자해 건설하고 있는 VRDS 공사 현장.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관건은 선박에 부착하는 탈황 설비인 스크러버(Scrubber)를 설치한 선박들이 얼마나 되느냐다.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들은 굳이 저유황 중질유를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K에너지 관계자는 "스크러버 단 선박은 3000대 정도로 추정된다"면서도 "비용이 많이 드는 스크러버 설치에 대해 망설이는 선주가 많다. 만약 설치하고 싶어 현재 스크러버 의사결정 해도 실제 장착까지는 한계가 있고 상당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는 석유제품 수출 전문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과 협업해 내년 수요 확대를 고려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SKTI는 이미 한국에서 18개 선사와 저유황유 장기 계약을 맺었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저유황중유 블렌딩 사업을 통해 연 3300만 배럴을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선박 연료유 시장은 단일 시장 기준으로 육지 연료유보다 큰 시장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업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선박 1척이 하루에 사용하는 연료량은 450배럴로, 4200㏄ 승용차량 약 1만7000대분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그린 이노베이션이라는 전략 아래 VRDS의 친환경 전략 투자를 통해 사업 본연의 경제적 가치를 키우는 것은 물론,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환경분야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가속할 것"이라며 "사업이 마무리되면 매년 2000억~3000억 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VRDS를 기반으로 IMO2020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동시에 동북아 지역 내 해상 연료유 사업 강자로 도약할 것”이라며 “친환경 그린 이노베이션 전략을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을 지속 개발해 DBL 성과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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