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하게 포장된 한국산 배를 비롯해 냉장고에는 상주 곶감도 진열돼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과일의 가격.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주 곶감은 베트남 돈 약 120만 동으로 한화 6만 원을 넘는 가격이다. 샤인머스캣은 ㎏당 230만 동으로 10만 원이 넘었다.
지난해 기준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은 2587달러로 약 300만 원을 넘는 수준이다. 베트남 직장인 초봉이 월 약 550만 동(27만~28만 원)이라는 이야기까지 듣자 과일 가격이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쉽게 구매하기 힘든 가격이지만 매출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매장 측의 설명이다.
도 깜 반 클레버 후르츠 매니저는 “사과와 배, 딸기, 포도 등을 수입하는데 한국 과일은 모양이 이쁘고 단맛도 현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이라며 “평소에도 선물용으로 구매를 많이 하는 추세이며, 고급성을 기준으로 수입하고 있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산 과일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한류 붐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베트남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인기가 매우 높다. 한국산 제품은 일본산과 더불어 고급 이미지가 강하다고 한다.
김창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아세안 본부장은 “베트남은 매년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소득 수준도 매우 높아지는 추세”라며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소비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K-FOOD’로 아세안 지역에 수출되는 농식품은 지난해 기준 13억5560만 달러로 전년 대비 8.2%가 증가했다. 신선 농산물의 증가 폭은 41.8%로 전체 증가율의 5배에 달한다.
베트남은 이 같은 증가세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신남방 아세안 지역 가운데 지난해 대비 올해 수출액이 14.2%가 오르며 캄보디아(16.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최근 주춤하고 있는 인도네시아(-16.9%), 말레이시아(-5.9%)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올해 처음으로 신선식품 수출 상담회도 하노이에서 열렸다. aT는 한국산 신선농산물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업체들을 모집, 14일과 15일 ‘K-Fresh 수출로드개척단’ 수출 상담회를 마련했다.
한국에서는 9곳의 수출업체와 농가가 참가했고, 베트남 현지 바이어는 40여 곳이 참석해 현지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담회가 진행되면서 실질적인 성과도 나왔다. 이미 베트남에 배와 포도, 딸기를 주력으로 수출하고 있는 에버굿은 이날 현장에서 베트남 최대 유통업체인 빈 커머스와 30억 동(약 1억5000만 원) 규모의 배, 딸기, 포도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김한상 에버굿 팀장은 “현재 중국 상품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에는 좋은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번 계약으로 직접 수출은 처음이지만 대형 유통망을 통한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수출상담회를 찾아 계약을 체결한 응우엔 응옥 탕 빈 커머스 B2B 수출입 디렉터는 “빈 커머스가 운영하는 빈 마트에서 한국산 과일이 인기가 높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배와 포도 등 신선식품의 수입을 늘리는 추세이고, 기회가 된다면 한국 종자를 수입해 재배도 해보고 싶다”고 높은 관심을 보였다.
aT는 현지 수입지원을 위해 현지에서의 판촉과 바이어를 위한 물류비용 지원 등에 힘을 쏟고 있다. 김승찬 aT 베트남 하노이 지사장은 “베트남 젊은 층이 주 소비 고객인 만큼 유튜브나 SNS를 통한 이미지 제고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실제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며 “현지 수입 바이어들에게는 한국산 제품 수입에 대한 검사·등록비, 물류센터 이용료, 냉장·냉동식품 운송비 지원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